한국도자기·대원·신흥기업사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성장
충북경제 기여한 대농·신흥제분·남한흥산 역사 속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곳,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 정이 가는 것은 세상의 이치다. 최근 충북소주의 매각 발표가 도민들에게 일종의 배신감으로 다가왔던 것은 향토기업에 대한 애정이 배경에 있었기 때문이다. 충북소주의 매각과 함께 10년간의 법정관리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흥업백화점이 법정관리를 1년여 앞두고 마지막 매각협상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입점이 확정된 상황에서 지금의 백화점 형태로는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내심 바라는 지역자본가에 의한 인수는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길지 않은 충북의 산업경제 역사 속에서 어떤 기업들이 도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어떤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의 논리 속에 사라져갔는지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도내 향토기업의 맏형은 한국도자기다. 한국도자기는 1990년대까지도 지속적인 매출신장세를 보이며 대표 향토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도자기 신화는 창업주 고 김종호 회장이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에 차린 삼광사에서 시작됐다. 1943년 설립된 충북제도사의 특약점이었던 삼광사는 1958년 충북제도사 지분 전체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도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줄곧 충북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현재는 김성수 회장이 젠한국으로 독립했고, 계열사도 매각했지만 여전히 충북의 기업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한국전쟁 이후 극심한 식량난 해소와 폐허복구의 필요성에 따라 정부는 기업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 시기에 청주에서도 향토기업이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청주방직(현 서한모방)과 신흥제분이다. 1954년 설립된 청주방직은 전후상황이라는 특수를 누리며 크게 성장했다. 1974년 청주산업단지가 조성되며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청주합섬(주)을 따로 설립할 정도로 규모를 키웠다.

향토기업이 남긴 유산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신흥제분도 궤를 같이 한다. 창업주 고 민철기 사장이 운영하던 신흥정미소는 정부가 지정하는 밀 제분 공장으로 선정돼 급격히 성장해 1958년 신흥제분으로 거듭났다. 특히 월남전 당시 야전용 진중식품을 생산, 납품도 해 크게 성장했으며 속리산관광호텔, 중도석유, 신흥목장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70년대 초 민철기 사장이 종합소득 전국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흥제분은 결국 오일쇼크 등의 영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지역에 명문사학인 신흥고를 남겼다. 

60~70년대 들어서며 국보제약(1962), 대원모방(1972), 삼화전기(1973), 신흥기업사(1974), 맥슨전자(1975) 등 향토색을 띤 기업들이 속속 탄생한다. 그 배경에는 1969년 ‘청주시서부공업단지’라는 이름으로 첫 삽을 뜬 청주산업단지가 있었다.

청주산업단지가 조성되자 한국도자기, 국보제약, 청주방직, 남한제사 등 향토기업들이 속속 입주했고 본격적인 전기·금속 조립산업의 전성기가 열렸다.

삼화전기는 전기 콘덴서와 커패시터(축전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청주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성장, 중국 천진까지 진출하는 등 사세를 키웠다.

1974년 설립된 곡물 건조기 제조업체 신흥기업사는 농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서 동반 성장해 신흥강판, 신흥컨트롤, 충북창업투자 등 계열사를 갖추면서 성공한 향토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1994년에는 8억원을 출연해 남강장학재단을 설립, 장학사업을 펼치는 등 향토기업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지역경제 요람 청주산업단지
국보제약도 향토기업으로 40년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1968년 서울에서 사직동으로 이전해 온 국보제약은 1983년 청주산단 입주하며 향토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안민동 대표는 자랑스러운 향토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주산단이 조성되고 지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기업은 대농이다. 대농은 청주산단 조성과 상관없이 개별입주 기업으로 청주에 공장을 지었지만 이후 청주산단 제1공단으로 묶이며 대표적인 기업이 됐다.

대농은 청주방직과 마찬가지로 근대화의 핵심이었던 섬유산업을 선도하던 기업으로 80년대 초중반 까지 8000명에 이르는 고용 효과를 창출하던 도내 최대 기업이었다. 고용창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연초제조창이다. 경성전매국 청주연초공장이란 이름으로 가동되던 1946년, 전국 담배생산량의 30%를 책임졌던 연초제조창은 고용인원이 1800명에 달했다. 당시 청주인구로 환산하면 20가구 당 1명이 연초제조창에 근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80년대에는 현재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꼽히는 (주)대원(당시 대원보방)이 1984년 청주산업단지로 본사를 옮겨 왔고 87년엔 반도체 기업의 맏형 격인 심텍(당시 충북전자)이 설립됐다. 대원은 이후 모방에서 건설로 주력사업을 옮기며 충북의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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