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자치행정부장

과연 여론의 힘은 무서웠다. 탤런트 이승연의 ‘강제종군 피해여성’ 영상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됐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네띠앙 엔터테인먼트는 16일 ‘전면 중단’을 발표하고, 당사자인 이씨는 12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 찾아가 종군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영상 프로젝트에 쓰려고 찍었던 사진을 모두 가져와 이 자리에서 불태워야 사과를 받아들이겠다”며 말뿐인 사과 몸짓을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연이 위안부 누드 계획을 12일 발표했으니 딱 4일만에 이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삼은 이유에 대해 제작사측은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아픈 영혼을 되새기는 한편 한·일관계를 재조명하기 위해”라고 설명하고 “수익 중 상당부분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데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누구 아이디어인지 자다가도 웃을 일이다.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아픈 영혼을 되새기는 데’ 왜 누드가 필요한지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누드를 찍고 싶었으면 차라리 완벽하게 상업적으로 벗었어야지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의미있는 누드를 찍는다며 고작 위안부 문제를 건드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리고 계획대로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싶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집회에 참석하거나, ‘나눔의 집’ 같은 단체를 후원할 수도 있다. 아니면 종군 위안부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시 한 번 국내외에 알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씨는 “이번 일로 위안부 문제가 재조명되지 않았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알려지는 것은 ‘재조명’이 아니다. 재조명은 진실성있게 접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가 사진을 찍는 동안 내내 눈물이 났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싶다고 한 말을 국민 누구도 믿지 않는 이유도 바로 ‘진실’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씨로부터 연예계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을 듣기까지 여론을 형성한 집단 중 최고는 아마 네티즌들일 것이다. 이씨가 위안부 누드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네티즌들은 반대 의견으로 사이트를 ‘도배’했다. 이들은 즉각 ‘안티 이승연카페’를 만들었고 포털사이트인 ‘네띠앙’회원까지 탈퇴하겠다는 의견을 줄줄이 밝혔다.

그런가하면 국민의 힘으로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자는 운동도 네티즌들의 참여로 성공했다. 16일 오전 10시 현재 7억344만여원이 모아졌다. 모금을 시작한지 11일만에 5억원을 모아 모두를 놀라게 한 이 운동은 네티즌의 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당초 8·15 광복절까지 목표액 5억원을 모을 계획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운동이 얼마나 불같이 일어났는가를 알 수 있다. 아마 이승연 누드에 대한 엄청난 반대운동도 위안부 명예의 전당 건립 기금운동으로 승화될 전망이다. ‘안티 이승연’ 사이트 회원들은 네티즌 1억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1억도 못 모으면 이승연과 다를 게 무엇이 있느냐며 동참을 호소하는 글이 눈에 번쩍 띈다.  최근 두 가지 ‘사건’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네티즌들의 힘이 모아지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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