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정경부 기자

서민들의 술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술이 소주다.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술자리는 가끔 보약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도 술을 좋아하는 터라 소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최근 롯데소주로 넘어간 충북소주의 탄생은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합)대양상사로 출발한 충북소주는 1957년 희석식소주 제조면허를 획득했고, 1971년 우암동에 충북소주합동제조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이후 백학소주와 하이트소주를 거쳐 지금의 충북소주까지 이어져왔다. 충북소주로 거듭난 2004년 충북 소주시장은 진로의 독무대였다. 충북소주의 시장점유율은 24%에 그쳤다. 당시 주문을 받던 술집 주인은 묻지도 않고 손님상에 참이슬을 내놓았다.

자도주의 명맥을 이어가고자했던 장덕수 대표의 꿈은 그만의 꿈이 아니었다. 도민들도 막연하게나마 자랑스럽게 마실 우리 지역의 소주를 꿈꾸고 있었다. 충북소주가 자도주를 표방하며 지역 밀착 마케팅을 펼치면서 꿈은 결실로 영글어갔다. 충북소주는 2004년 출범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해나갔다. 지난해 점유율은 42%에 달했다.

충북소주가 점유율을 높여가는 동안 술집의 풍경도 변했다. 묻지도 않고 참이슬을 내놓던 가게 주인은 “참이슬 드릴까요. 시원드릴까요”라는 과도기를 거쳐 “소주는 뭘로… 시원드릴까요.” 지금는 “시원드시죠?”로 변천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하겠지만 술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이 같은 변화는 판매량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특별히 소주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애주가에게 “참이슬 드릴까요. 시원드릴까요”라고 묻는다면 열 명 중 여섯은 먼저 호명한 술을 달라고 하거나 “아무거나 주세요”라고 말한다.

참이슬을 먼저 물으면 참이슬이, 시원을 먼저 물으면 시원 판매량이 증가한다. 아무거나 달라고 했을 때 주인이 무엇을 가져다 주느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시원은 자도주의 위상을 세워나간 것이다.

친구들이 만난 자리에서 한 친구가 참이슬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타박이 이어진다. “넌 충북사람이 왜 참이슬을 마셔?”

주류업계도 충북소주 살리기에 일조했다. 한 주류업체 배달사원은 “냉장고에 진열할 때 꺼내기 쉬운 가슴높이 진열대에 시원을 진열하고, 참이슬은 가장 아래 칸에 진열한다. 그러면 아무래도 꺼내기 쉬운 곳에 놓은 술이 잘 팔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도민들의 사랑 속에 무럭무럭 성장한 충북소주의 매각 소식은 그래서 더더욱 도민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었다. 장 대표가 충북소주를 끌고 온 지난 7년간 향토기업으로써 대기업 못지 않은 지역사랑을 펼쳐왔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미안한 마음에 15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고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을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지간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먹튀니 하는 비난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당장 어려움을 겪는 것도, 성장세가 주춤한 것도 아닌데 수년 뒤 다가올 어려움이라는 전망만으로 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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