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百 가갑손 회장, 고용승계·지역기여 약속 저버려
대기업 거액 매각과정 흡사, 장덕수 대표 행보에 촉각

충북소주가 롯데주류에 매각됐다. 롯데주류는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18일 충북소주와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충북소주 지분 100%를 35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충북소주 매각은 또 하나의 대표 향토기업이 사라졌다는 것 이상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 기업과 달리 지근거리에서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던 소주업체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허탈감을 넘어서 배신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먹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충북소주 매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매각의 배경에 대해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장 대표가 사회환원 등의 약속을 지킬지도 관심사다. 특히 충북소주의 매각 진행과정이 청주백화점 매각과 흡사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 씨 120억원대 시세차익, 장 대표는?
한 지역 경제계 인사는 충북소주의 매각 과정을 놓고 2006년 청주백화점 매각 과정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화의에 들어간 지역백화점을 인수한 청주패밀리(회장 가갑손)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하지만 인수 9년 만에 청주패밀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역을 떠났다”고 기억했다. 흥업백화점과 함께 지역 유통업계의 한축을 담당했던 청주백화점은 공교롭게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역사(주)가 인수해 롯데영플라자로 거듭났다.

시작은 ‘청주원프라자’였다. 1987년 지역의 재력가인 성백준 씨가 세운 원프라자는 이듬해 부도로 1989년 진로유통에 매각됐고, 진로백화점은 1997년 진로그룹 해체와 함께 부도 처리됐다. 그때 가갑손 씨가 등장했다. 진로유통 부사장이었던 가 씨는 진로유통 인수 당시 실무책임자였고, (주)청주패밀리를 만들어 경매로 나온 진로백화점을 인수해 청주백화점을 설립한 주인공이다.

가 씨는 이후 청주백화점 매각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정확한 매매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2002년 가 씨가 낙찰 받을 당시 액수는 126억원이었고, 진로백화점의 입찰예정가는 247억4300만원이었다. 2006년 매각가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2002년 입찰예정가로 산출하더라도 120억원 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둬들인 것이다.

당시 가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백화점을 매각했다고 해서 청주를 아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연말까지 아동복지재단을 설립해 탁아사업과 어린이 교육사업을 벌일 계획이고, 청주패밀리의 소유주식 일부도 재단에 출연해 지역에서 거둔 이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 고용승계도 롯데와 협의해 문제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백화점 매각 배경에 대해 관계자들은 백화점 빅3 가운데 하나인 현대백화점의 청주 진출이 결정타였다고 분석했다. 청주권 진출을 모색하다 현대에 일격을 당한 롯데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충북소주의 매각 배경과 과정, 이후의 계획 등이 청주백화점 매각 당시와 너무도 흡사하다는 것이다. 장덕수 충북소주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사실을 알렸다. 그는 “지금의 규모로는 4~5년 뒤 나타날 파고를 견뎌낼 자신이 없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장 대표는 또 “롯데와 100% 고용승계를 전제로 협상하고 있고, 도민들의 성원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의미로 복지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수기업도 청주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롯데다. 롯데는 2009년 1월 두산주류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소주시장 점령에 나섰다. 롯데는 진출 3년만에 진로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성장했다. 롯데는 충북소주 인수를 시작으로 중부권 소주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지역소주 미래 비관적인가
충북소주가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의 부정적인 시각도 일치한다. 가 씨가 100억대 차익을 챙긴 것과 같이 8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장 대표도 매각을 통해 200억원대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담스러운 시각 때문인지 장 대표는 매각 기자회견장에서 현금 60억원과 감정가 90억원 규모의 건물을 출연해 150억원 규모의 복지재단을 설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도민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충북소주는 연간 15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2004년 인수 당시 26%였던 시장점유율은 자도주를 살리자는 지역민의 후원을 바탕으로 41%까지 성장했다. 장 대표는 4~5년 뒤 파고를 우려했지만 자도주의 미래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또 다른 우려는 행여나 장 대표가 가 씨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이다. 아동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출연하겠다던 가 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역을 떠났다. 물론 당시에는 지역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롯데에 전원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다면 나머지 직원은 청주패밀리에서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부질없는 약속이었다.

한 지역 경제 인사는 “기업의 운명은 경영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만 고용승계와 지역환원 등의 문제는 도민과의 약속인 만큼 청주백화점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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