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우(전 충북도 정무부지사) 변재일(전 정통부차관) 서재관(전 충북경찰청장) 오제세(전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 이시종씨(전 충주시장) 등 고위 관료출신들이 속속 총선에 뛰어들거나 뛰어들 태세다. 물론 이들의 총선 합류는 정당의 전략적 카드로 제시된만큼 상당한 변수를 안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들 모두가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누구누구는 주변으로부터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닌데...."라는 우려섞인 충고가 전해지기도 한다. 만약 이들 관료출신들이 대망의 뜻을 이뤄 의원배지를 달게 된다면 본인들로서야 화려한 공직생활에 이어 탄탄한 정치인생을 보장받게되지만, 반대로 실패한다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들이 잘 나가던 공직을 버리고 선거판에 뛰어든 것은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나 군사독재시절엔 고위 관료출신들의 국회진출은 사실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관료생활을 통해 풍부한 지명도를 갖췄던데다,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에 철저히 길들여진 유권자 역시 '일단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은 까닭없이(?) 더 신뢰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대통령의 권위조차 툭하면 신문지상을 통해 과거의 일개 하위직 공무원다뤄지듯 치도곤당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고 해서 총선에서 무조건 표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관건은 본인의 역량과 정치적 식견이다. 다시말해 유권자에게 고위 관료출신 다운 실력과 신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선택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공직경력만 믿고 나섰다간 통한의 후회를 맞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행정가가 정치력까지 겸비한다면 그보다 더한 금상첨화는 없다. 그러나 행정과 정치는 분명히 다르다. 문학에 비유한다면 행정은 서정시, 정치는 서사시로 매치된다. 이미 정해진 제도와 규정에 맞춰 추진하는 행정의 규격화가 마치 농축된 감정을 가장 정제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서정시 같다면, 정치는 개관적 인과관계로 과정을 추론해가는 서사시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정은, 주변이 나한테 맞춰주기를 바라는 구심의 동력이 강하지만, 정치는 오히려 내가 남한테 맞추려는 원심의 추구가 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능력있는 행정가가 간혹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매장당하거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이런 교훈을 잘 대변한다. 유능한 행정가일수록 오히려 정치바람엔 취약한 이유도 바로 이런데서 찾아야 한다. 시쳇말로 관료일 땐 크게 신경 안써도 모든 일이 잘 알아서 돌아갔지만 정치인일 땐 다르다. 스스로 개척하고 스스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총선에 뛰어든 전직 고위 관료들은 보장된 공직을 차버린 용기만큼이나 자기가 먼저 몸을 낮춰 유권자에게 다가서려는 '마음의 비움'이 중요할 것같다. 그래야 선택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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