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경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충북본부 집행위원장

얼마 전 우연히 신영복의 ‘강의(돌베개·2004)’를 다시 들추었다.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읽을 때 마다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자연스럽게 내 자신을 수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는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글귀다. 이 글의 해석이야 여러 가지로 할 수 있고, 그 뜻도 여러 가지로 담을 수 있겠으나 나는 신영복의 해석을 읽으며 지금의 세상, 아니 지금껏 역사를 역행하는 일들이 소인배들이나 벌이는 일이고, 그 어처구니없는 것에 수많은 민족과 국가, 민중이 핍박을 받아오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답답함을 느꼈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자를 지배하거나 자기와 동일한 것으로 흡수하지 않으며, 소인은 타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지배하고 흡수하여 동화 한다’는 해석이다.

지금 크게 주목해서 보는 기사거리 중에는 ‘리비아사태’와 ‘남북관계’가 있다. 북부아프리카지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소위 ‘재스민혁명’은 그곳 민중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잘 보아야 할 것은 이 혁명이 수십 년간의 독재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의 압력에 대안 없는 개혁개방으로 인한 물가폭등의 경제난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결국 리비아사태는 리비아를 군사적으로 접수(?)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 EU의 쟁탈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는 반미성향이 강한 북부아프리카의 이슬람국가들에 대한 서방세계의 소인배 같은 ‘동이불화’정책으로 인하여 발생한 민중의 저항인 것이다.

우리민족 미래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남북관계는 또 어떠한가? 그렇게 평화와 대화를 요구했건만, 키리졸브 군사훈련으로 강화된 대북심리전과 북한의 전파공격은 전시와 다름없는 총성 없는 교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북단체들의 전유물이었던 대북 전단지 살포에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군의 심리전으로 확대되어 대북 라디오 방송과 생필품,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 등을 담은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다.

더구나 북아프리카의 ‘재스민혁명’은 대북심리전의 아주 중요한 소스가 되고 있다. 이에 제2의 연평도 폭격사건을 걱정하는 파주, 문산 일대의 주민들이 대북전단지 살포를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남남갈등만 부추기는 셈이 된 것이다.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공공연히 의도하는 소인배 같은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남갈등과 남북사이의 대립과 군사적 충돌의 위기만을 가중시키고 있고 결국 북의 핵능력만 강화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아예 실종되어 버렸다.

여기에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리비아와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북아프리카의 항쟁은 서방에 대한 무원칙한 개혁개방으로 인한 경제난이 원인이다. 구소련이 해체된 것도 개혁개방의 와중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북은 그러한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심리전과 군사, 경제적 압박으로 체제결속에 더욱 나설 뿐이다.

최근 관계가 좋아져 10%대 이상의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관계만을 보더라도 남북관계가 대화와 협력관계가 될 때만이 그 성장과 발전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월 들어 미국은 ‘원하는 것은 북한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관계개선을 위한 지도부의 행동변화’라 하고 북한 역시 키리졸브 군사훈련을 비난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한 점, 일본언론을 통해 남북정상회담논의차 남북당국자비밀회동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하며 물밑으로 흐르는 군자 같은 ‘和而不同’의 봄의 향기를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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