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렬 부장/ 제2사회부

최근 진천군청에 짙게 드리웠던 먹구름이 이제 조금은 걷힌듯하다. 스키장 국토이용변경안 허가 시비에서 공무원 노조 지부장 징계에 불끈한 노조원들의 집단저항까지. 지난 주말 군청과 읍면 청사를 뒤덮었던 검은 현수막도 걷혔고, 스키장 건설을 요구하는 백곡 주민들의 군수실 항의방문도 막을 내렸다. 바람 잘날 없던 진천군청에 모처럼 평화(?)가 찾아온 느낌이다.

그러나 두 사안은 행정이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또 반대로 현안발생시 되풀이되는 주민들의 감정적인 대응자세도 되짚을 필요가 있다.

먼저 노조지부장의 징계파문은 예고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피해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집행부 책임자들은 “명분 없다” “법규대로”를 외쳤지만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미 공무원 노조는 좋든 싫든 시대 변화의 산물로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윗사람들이야 예전처럼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부하직원을 원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한다. 일부 공무원 노조의 급진적 목소리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지만 노조가 앞장서 공직사회의 권위적 구태를 깨주길 기대하는 여론 또한 높다. 진심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네 탓’ 싸움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통해 군정 효율을 높여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이번 집행부와 노조의 타협정신이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는 것도 상생의 길을 제시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스키장 허가를 둘러싼 행정기관, 업체, 주민들의 갈등구조. 이 논란의 핵심은 불신이다. 업체가 행정기관을 믿지 못하고 주민들도 행정기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지난 9일 주민들의 군수실 항의방문은 불신의 한 단면이다.

이날 오전 스키장 건설을 추진하는 천만산업 관계자와 스키장이 들어설 백곡지역 사회단체장들은 군수실을 찾아 군정 난맥상을 따졌다. 골자는 “낙후된 백곡을 살리기 위해서는 임업촉진지역 등 각종 규제를 풀어 스키장, 골프장 등 대형 위락시설이 들어서야 하는데 군청은 왜 미적미적 하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이들은 진천군에서 지난 6일 임업촉진지역 해제 건의서를 작성, 군수 결제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몰랐다. 또 스키장과 유사하게 4~5군데 업체에서 진천에 골프장 건설을 위해 군유지 매각 및 임업촉진지역 해제를 요구한다는 사실도 알리 없었다. 때문에 군수실에 몰려온 것이다.

이처럼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흥분이 먼저인 것이 우리 지역의 현주소가 아닐까?하지만 감정적 대응은 이성적인 노력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김경회 군수나 군정 책임자들을 미화하거나 두둔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다. 다만 자기본위에 치우친 감정적인 자세는 이성적 노력이나 활동을 초라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노조 지부장 징계 논란이 뜨거울 당시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몇몇 글들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발 더 나가 주민들 사이에 회자되는 “음성은 이런데 진천은 안돼”하는 식의 푸념도 따지고 보면 진지한 자기성찰이 결여된 감정의 편린이다.허망한 자기비하일 뿐 지역 화합이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이쯤에서 진천도 ‘촌락공동체’란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야하지 않을까? 노조 지부장 징계 파문과 스키장 허가 잡음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의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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