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정경부장

“제 입에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하였는데 어찌 홍시 맛이 났느냐 라고 물으시면 제 입에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3년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 대사의 한 대목이다. 음식에서 홍시 맛을 느낀 어린 장금이 그 이유를 묻는 말에 대한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과학벨트를 조성해 주겠다 해서 과학벨트를 조성해 달라 했는데 어찌 과학벨트를 달라느냐 라고 물으면 과학벨트를 준다 해서 과학벨트를 달라 말할 수밖에 없다.”

홍시 대신 과학벨트를 넣어도 역시 우문현답이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는 말이나 ‘대통령이 약속 했으니 지키라’는 말 모두 단순하고 더 이상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매우 명확한 말이다.

그런데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두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매우 이상한 논리로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

하나는 과학적으로 따져도 충청권이 이긴다는 소위 ‘충청권 필승론’과 또 하나는 충청권 공존이란 명분에 얽매이다 충북의 실익을 챙기지 못할 수 있다는 ‘충북 실리론’이다.
우선 전자는 본질을 외면한 채 곁가지를 흔들다 애써 키운 열매를 떨어뜨릴지도 모를 위험한 논리라고 본다.

우리가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이 온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약속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집에 오송과 오창을 언급하며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따져도 충청권이라는 논리는 얼핏 보기에 충청권의 높은 경쟁력을 강조한 말 같지만 타 지역 특히 대구·경북의 유치경쟁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과학벨트를 유치하겠다는 논리는 포항에 방사광가속기, 경주에 양성자가속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바로 과학적으로 따지면 대구·경북이 이길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의 30%와 정치·경제·문화·과학 등 전 분야가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과학적으로 따지면 수도권을 이길 지역이 어디 있는가? 국책사업은 철저하게 정치적 판단에 의해 추진돼 왔다. 과학적이든 경제적이든 묻고 따지기 전에 대통령의 약속이 우선함을 우리의 현대정치사는 정확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충북실리론 역시 본질에 눈을 감고 주체 역량을 약화시키는 옳지 못한 논리다. 언급했듯이 대통령은 이미 공약집을 통해 과학벨트로 오송과 오창을 언급하고 있다. 충청권으로 넓혀 봐도 대덕, 세종시, 오송, 오창, 청주공항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송과 오창이 거점지구인지 기능지구인지를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 더러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라는 큰 현안을 이용해 충북의 정서를 자극하려는 꼼수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해석의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한 약속이니 당연히 지키라는 단순명료한 논리를 두고 왜들 이리 비틀고 저리 비트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이를 두고 출구전략이나 충청권 분열 운운하며 펼쳐 놓는 정치적 평론에도 동의할 수 없다.
어려울수록 정공법을 써야 한다는 말도 있다. 21세기 소셜미디어 시대 우리 정치인들이 2천년전 삼국지의 영웅들 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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