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배출관 속으로 돌 던지니 침출수 고인 듯 ‘풍덩’
바쁘게 묻은 탓인지 가는 곳마다 방법·시설 제 각각

매몰지를 찾은 건 주말에 비가 오기 전 25일과 비온 후 28일 이었다. 음성군 9만1171 마리, 진천군 7만8628 마리 가축이 매몰됐다.
진천군 A 매몰지, 1700 마리가 넘는 돼지가 묻힌 곳이다. 멀리서 산 아래를 깍아 내리고 조성한 것이 처음 접하는 순간 초상집의 묘 자리 터를 잡아 놓은 듯 보였다.

가까이 가자 매몰지는 장방형의 커다란 왕의 가묘처럼 보였지만 PVC 관이 여러 개 꽂혀 있는 것이 달랐다. 관들은 가스 배출관과 침출수 배출 유공관 이라는 것이 군 담당자의 얘기다. 매몰지 아래 쪽 인근에는 15M 깊이의 침출수 관측정 관이 매설돼 있다.

▲ 2만2987 마리가 매몰 된 음성군 최대 매몰지 모습.
▲ 빗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매몰지.
가스 배출관으로는 매몰된 가축이 부패되면서 발생하는 가스를 배출시켜 매몰지의 팽창으로 인한 유실을 막고, 침출수 배출 유공관은 주기적으로 침출수를 뽑을 수 있어, 침출수를 분뇨처리장, 하수종말 처리장 등으로 옮겨 처리할 수 있게 돕는다. 관측정 관은 매몰지에서 유출 될 수도 있는 침출수가 인근 토양으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지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설이다.

매몰지 속에 침출수가 고였을까? 유공관을 통해 작은 돌멩이를 하나 던져 넣자 ‘퐁당’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침출수가 꽤 고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몰지를 둘러보는 동안 냄새가 심하게 진동하지는 않았는데 유용미생물(EM)을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인부들이 포클레인으로 추가 복토를 하고 부직포 덮기를 계속했다. 주말 집중호우를 대비하기 위해 빠른 손놀림이었다.

또 다른 B 매몰지. 이곳엔 8000 마리가 넘는 돼지가 희생돼 매장된 곳이다. 아직도 포클레인으로 복토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인근 야산에서 덤프트럭으로 연신 흙을 퍼 와 복토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래 쪽 인근에는 이미 관측정 관이 설치돼 있어 침출수 유출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이 곳 농장주의 얼굴에서는 연일 공무원들의 분주한 현장 작업과 장비 투입 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식들을 앞 마당에 묻어 놓은 것 같아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편으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죄스러운 마음도 있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음성군 C 매몰지. 180 마리가 넘는 한우를 잃은 곳이다. 전국에서도 유명한 이 농장은 친환경 무항생제 사료만으로 사육하는 농장인데 1월 중순 악마 같은 구제역이 찾아 왔다. 같은 마을 인근에 여러 농장이 있는데 제일 철저하게 관리했다고 자부했는데 유독 여기만 2 마리가 걸려 모두 희생됐다고 한다. 농장주의 마음이 무거운 것은 일괄 살처분의 마지막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3시간만 버텼어도 몰살시키지는 않았어요! 모두 해치우고 나니 선별적 살처분을 해도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 구제역으로 모두 매몰되어 텅 빈 축사
▲ 매몰지 인근 밭에 침출수가 고이고 있는 모습
“아는 곳 마다 전화해서 걸린 놈만 보내게 해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없었는데…조금만 더 버틸걸 그랬다”며 “그 커다랗고 토실한 1등급 놈들을 보냈으니…”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음성군 D 매몰지. 3500 마리가 넘는 돼지를 묻은 곳인데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땅이 아직도 해동이 되지 않아 흙이 미끈거리고 신발에 달라붙었다. 부 군수를 비롯한 사무관들이 현장을 찾아 현장 전담 공무원에게 주말 호우를 대비해 복토, 비닐덮개, 우수로 확보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음성군 E 매몰지. 2만2987 마리가 매몰 된 음성군 최대 매몰지다. 소 111, 돼지 2만2876 마리가 묻혀 어림짐작으로 1500㎡ 정도의 넓이는 되어 보일정도로 하나의 둔덕이었다. 파란색의 방수포로 덮인 매몰지를 바라보니 자연히 그 참상의 아비규환이 상상이 되어 마음을 짓눌렀다.

매몰지 둘레를 돌아보는데 발이 푹푹 빠져들었다. 뒤쪽 둘레에는 물이 그대로 고여 있었다. 물이 어디로 빠져 나갈 수 없어 둠벙처럼 되었다. 봄비 치고 많은 비라고 했지만 여름철 집중호우에 방치된다면 결국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지면서 매몰 둔덕이 허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또 다른 F 매몰지. 돼지 5100 마리가 넘는 돼지가 매몰된 곳으로 양 옆 가축농장을 지나 마련된 곳이다. 지난 주말 호우에 대비하느라 비닐을 덮고 흙을 덧씌워 놨다. 문제는 호우가 지나간 뒤인데 매몰지 인근 밭에 침출수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매몰당시 지하 위치의 비닐이 찢겨져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증표는 아닐까.

▲ 농장주와 군청 공무원들이 매몰지 위에서 사후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 진천군 공무원들이 침출수 관측정 관을 둘러 보고 있다.
10여 곳 매몰지를 둘러본 결과.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TV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발표한 것과 현장의 상이함으로 볼때 매몰과 매몰지 관리에 일관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환경부의 가축매몰지 환경관리지침에 의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 배출관, 침출수 배출 유공관, 침출수 관측정 관, 저류조, 방수포 등 시설의 재질, 크기 등이 제 각각이고 주요 시설의 설치 순서도 달랐다.

이는 현장에서 공무원들이 과로사 하고 굴착기에 발등이 밟히고 머리가 함몰되고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릴 정도로 고생을 하고도 비판을 받는 이유가 된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28일 안동지역에서 최초 발생 때 초기대응에 실패해 재앙을 불러왔듯 매몰과 매몰지 사후대책에도 실패하고 있음을 매몰지 현장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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