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플러스 사례를 통해 본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해법
전직원 460명 중 400명 지역채용, 평균 연령 27세

지난 2007년 하이닉스반도체가 8조7000억원을 투자해 청주산업단지에 짓던 공장이 완성돼 갈수록 취업준비생들의 기대치도 따라 올라갔다. 보안요원이 24시간 지키고 있는 웅장한 최첨단 공장에 내 책상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행복한 상상에 미소가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도내 대학 어디에도 하이닉스반도체에 채용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실제 공장이 완공된 2008년과 2009년에는 대졸 사무직 채용이 전무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유치를 위해 지자체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 목청을 높이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지역채용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질 정도다.

▲ 한게임 운영업체 (주)지플러스는 3년 만에 400명을 지역에서 채용해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은 지플러스 업무 공간의 일부.
반면 청주시 흥덕구 분평사거리 상가건물 3개 층을 빌려 자리잡은 (주)지플러스(대표 김근회)는 전직원 460명 중 400명을 지역에서 채용해 화제를 낳았다.
장치산업의 첨단기업과 온라인 게임 운영업체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도내 대학 취업률 상승에 효자

지플러스는 인터넷포털 네이버와 게임포탈 한게임을 운영하는 (주)NHN이 100%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로 한게임 운영관리와 고객지원이 주요 업무다. NHN은 2005년 게임운영을 전담케 할 NHN서비스(주)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2008년에 청주에 지역본부를 뒀다. 지난해에는 청주본부를 법인 전환해 지금의 (주)지플러스가 탄생했다.

회사조직은 크게 운영실과 고객센터로 구분되는데 운영실은 각종 게임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고객센터는 회원들의 민원을 접수해 해결한다.
지플러스의 업무는 설비나 장치로 대신할 수 없으며 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직원은 모두 460명으로 운영실에 330명, 고객센터에 130명이 근무하고 있다.

운영실은 고스톱이나 바둑, 오목 같은 비교적 단순한 게임에서부터 최근 출시된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 테라까지 모든 게임의 운영과 관리를 맡는다. 특히 규정을 어겨 실제 현금을 걸고 게임을 하거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등의 불량 접속자를 찾아내 차단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업무다. 운영실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게임이나 분야를 실시간 관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3~4개의 모니터를 연결해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임원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 정장 대신 청바지에 간편한 점퍼 차림이어서 지플러스 업무공간은 쾌적하게 꾸며진 초대형 PC방을 연상케 한다.

중요한 것은 전직원의 90%에 가까운 400명이 지역에서 채용된 인력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27세에도 채 미치지 않는다. 출신 학교도 충북대, 청주대, 서원대, 충주대 등 4년제 대학부터 충청대, 주성대 등 2년제 대학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지역 대학들의 취업률 상승에 톡톡한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분야지만 누구나 채용 개방

지플러스는 지난해 말 60여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서 자격요건을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성실한 분’으로 제시했다. 학력과 전공도 상관없고 토익이나 토플성적, 관련 자격증 취득 여부도 따지지 않았다. 이른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채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맞춤형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문기업들이나 받아주는 기업이 없다고 불평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볼멘소리는 지플러스에는 다른 나라 얘기인 셈이다.

그렇다고 연봉이나 후생복리가 터무니없이 낮지도 않다. 초임은 기본 연봉 1500만원을 포함해 1700~1800만원 수준이며 복리제도 또한 여느 중견기업 이상 잘 돼 있다.
지플러스가 특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철저한 근로기준법 준수다. 단 1시간의 초과근무나 휴일근무도 빼놓지 않는 수당이 적용되며 심지어 일과 후에 진행되는 각종 직무교육에도 시간외근무 수당이 지급된다.

지역경제 파급력도 만만찮다. 예상되는 지플러스의 올해 매출은 180억원. 큰 금액은 아니지만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매출의 대부분이 인건비와 조직운영비다.
실제 각종 수당을 포함해 매월 지급되는 인건비만 10억원이 넘는다. 또 이와는 별도로 사내 동호회 지원이나 회식 등에 회사가 공식 지출하는 금액도 2억원에 육박한다. 인근 음식점에 지플러스 직원들이 VIP 대우를 받을 정도다. 

“인력확보와 일자리 제공 윈윈 이죠”
인터뷰/ 김근회 (주)지플러스 대표

▲ 김근회 (주)지플러스 대표.
“온라인 게임 운영관리는 프로그래머일 필요가 없습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아니라는 말이죠. 중요한 것은 직무에 대한 적성과 인성입니다.”

김근회 (주)지플러스 대표가 청주를 선택한 이유중의 한 대목이다. NHN이 게임 운영관리 분야를 떼어 내 법인화한 것도 이런 운영 전략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출신학교나 전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광고-청주대 출신의 김 대표는 고향을 고집한 것이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고 확신한다. 바로 이 지역 젊은 인재들이 지플러스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가깝기 때문이다.
“NHN 본사 임원들이 청주를 방문할 때 마다 분위기가 밝고 생기가 넘쳐 흐른다는 말을 합니다. 그만큼 직원들이 잘 적응하고 업무에 맞는 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마 서울 같은 대도시라면 조금은 다를 겁니다.”

2%에 불과한 이직률이나 높은 정규직 전환률이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지플러스의 신입사원은 2년 계약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의 90%가 정규직으로 전환돼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플러스는 NHN로부터 물적분화한 계열사이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 활용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운영자로서의 전문성을 높이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회사의 역할이죠. 청주지역과 지플러스의 궁합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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