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직지쌀, 황토맥쌀만 친환경 인증 못 받아
시 “향후 3년안에 학교급식 농산물 소유량 맞춘다”

무상급식 전면시행은 분명 호재다. 지역의 친환경 농업기반을 조성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생산자는 확실한 소비처가 생긴 것이고,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거래처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지역의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로컬푸드’운동도 실현가능해진다. 도시와 농촌의 관계회복이라는 철학적인 명제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무상급식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임에는 틀림없다.

반쪽짜리 심의기구

그런데 이를 매개할 학교급식지원센터와 협의체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이번 문제도 터졌다. 충북도는 전국최초로 전면시행을 약속하면서 합의하고 논의해야할 사항들이 많아졌지만 전담부서도 협의체도 마련되지 못했다. 학교급식지원조례에 의해 12개 시군마다 학교급식심의위원회가 만들어져 있지만 청주시의 경우 시민단체는 아예 배제돼 있어 반쪽짜리 의결기구에 불과하다. 게다가 회의도 1년에 1~2번 의례적으로 열릴 뿐이다.

따라서 청주시와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들 또한 “협의체 및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빠른 시일에 만들어져 통합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 지난 11일 학교급식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청주지역농민단체들은 지역에서 생산할 쌀을 학생들에게 먹여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농민단체들은 청주시의 현물지원방식을 지지했다. /사진=육성준기자

결국 올해는 ‘무상급식 전면시행’외에 급식의 질과 방식은 이전과 변한 게 없다. 일선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식자재를 공급받고 식단을 짠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청주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청주농협과 서청주농협을 통해 ‘지역 쌀인 직지쌀과 황토맥쌀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 것이다.

사실 몇 년 전부터 학생들은 ‘지역쌀’을 먹었다. 자치단체들은 친환경 식재료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의 브랜드 쌀을 학생들에게 먹이도록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나라미(정부미)와 지역브랜드쌀의 차액분외에도 친환경 쌀 전액지원, 식재료 지원 등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는 청주, 충주, 보은을 제외한 제천, 청원, 옥천, 영동, 진천, 괴산, 증평, 음성, 단양 등이 예산을 지원한다. 특히 청원의 경우 11억원을 책정하고 친환경쌀 전액지원 및 친환경우수식재료 35%지원에 나서 눈길을 끈다. 유 초 중 고 특수학교 지원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그런데 청주시는 2010년 친환경 우수 식재료 지원사업을 통해 21억원을 책정했지만 올해 전액삭감했다. 교육청은 21억원을 보전하고, 이를 제외한 전체금액에서 급식지원 분담금을 나누기를 바랐지만 청주시의 입장은 달랐다. 청주시는 이번에 98억원을 지원하는 것을 ‘확대’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친환경 쌀 농가 단 3곳

하지만 도교육청은 “자치단체마다 지원액도 내용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급식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청주지역 아이들은 지역쌀을 먹지만 안타깝게도 친환경 쌀은 아니다. 청주시 관계자는 “2012년에는 직지쌀과 황토맥쌀이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지역쌀이란 지역의 브랜드쌀이다. 청주시는 청주농협은 직지쌀, 서청주농협은 황토맥쌀을 생산한다. 쌀 농가 4349호 재배면적 2404ha가운데 친환경 농가는 단 3곳뿐이다.

청주시는 친환경 농업기반확보에 빨간불이 커졌다.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만들어져도 소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량은 채소류의 경우 급식소요량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지만 과실류는 포도, 사과 정도만 가능하다. 따라서 시는 2011년 친환경 농산물(GAP인증포함)생산 사업 추진계획을 내놓았다. 16억원을 투입해 쌀, 채소, 과수, 특용작물을 기존의 관행농업에서 친환경농산물로 전환 공급할 계획이다. 청주시 담당자는 “향후 3~5년 이내 학교급식 농산물 소요량 전량을 청주시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충북로컬푸드네트워크 관계자는 “무상급식을 통해 지역의 친환경 농업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로컬푸드 및 식량자급률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모든 아이들이 밥을 공짜로 먹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원주․순천․나주 지역 사례
“학교급식지원센터및 협의체 이미 구성했다”

원주, 순천, 나주는 이미 학교급식지원조례를 통해 학교급식지원센터 및 협의체 구성을 끝마쳤다. 전남 나주시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전남 순천시는 순천농협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만들고 지역농업견인과 급식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순천과 나주는 모두 ‘현물’지원을 원칙으로 하며 농산물은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다.

나주시는 농협이 3년간 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친환경단체급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순천은 일반업체가 센터 위탁을 맡다가 중도포기하고, 농협에서 사업을 연계 추진하고 있다. 두 지자체는 모두 협의체인 학교급식심의위원회를 통해 예산 조정및 공급가격결정, 안정성 검사 등 월1회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의 경우는 지난 2007년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됐다. 원주시와 시민단체 및 생산자 단체로 구성된 협의체인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친환경급식지원센터(2008년)’를 꾸렸다. 이를 보고 원주시는 2009년 말 원주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든다. 2010년에는 행정, 농업, 학교급식관련업체,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형태로 구성된 ‘원주푸드 위원회’를 발족했다.

또 80억원을 들여 원주푸드종합센터가 설립돼 ‘원주푸드’라는 고유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푸드’는 원주시 로컬푸드의 또 다른 이름. 생산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즉 에너지가 저 투입된 유기농업 생산물과, 이러한 농산물을 이용해 가공한 제품에 한해서도 ‘원주푸드’인증을 해준다.

한편 충북도는 농림식품부가 추진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1년간 국비 52억원을 받는 이 사업은 지역의 친환경 및 GAP우수농산물에 한해 직거래 매치자금, 산지유통자금이 지원된다. 오창농협이 설립한 친환경 농산물유통센터를 거점으로 우선 계약재배를 통한 친환경농산물 기반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충북도는 청주,청원,증평,진천,괴산 등 5개시군이 통합된 형태로 계획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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