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떡값수수 충청북도 Q국장 적발, 도내 세 번째
총리실 직속 암행감찰반, 명절·휴가철 등 집중 감시

설 명절을 앞둔 지난달 28일 청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충청북도 Q국장(3급·부이사관)을 낯선 사람들이 불러 세웠다. 국무총리실 직무감찰반이라고 밝힌 이들은 차에 타려던 Q국장이 들고 있던 양주와 선물꾸러미를 확인해야겠다며 협조를 구했다. 선물꾸러미 안에는 현금 100만원과 상품권 2장이 들어 있었고 감찰반은 현장에서 Q국장으로부터 사실확인서를 받아 자리를 떴다.

국무총리실은 설이나 추석 명절과 휴가철, 연말연시에 어김없이 공직기강 감찰을 실시하고 있으며 심심찮게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적발돼 징계를 받고 있다.
Q국장을 적발한 총리실은 행정안전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행안부는 보강조사를 거쳐 충북도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총리실로부터 설 명절 직무감찰 결과를 통보 받았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곧바로 해당 지자체에 징계를 요구하지만 Q국장 같은 고위직은 행안부가 직접 보강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담당직원들이 구제역 현장 점검에 투입돼 다소 조사가 지연되고 있으며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돼야 충북도에 징계 요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Q국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해 오면 충북도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도는 행안부의 징계요구가 있은 뒤 1개월 안에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며 인사위는 매월 1~2회 개최되는 만큼 Q국장에 대한 징계는 빠르면 다음달 안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Q국장에 대한 징계는 낮은 수위는 아닐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부가 명절을 전후한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하고 있고 암행감찰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A서기관 사직서 내기도

도내 공무원들이 금품수수로 암행감찰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4년 계약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충북도 A서기관은 설 명절을 앞두고 업체 관계자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암행감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A씨는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해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2007년 8월에는 청주시청 소속 토목직 공무원 2명이 대형 공사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300만원을 받다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이들에 대한 행안부의 징계 요구에 충북도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임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소청심사를 통해 정직 3개월로 경감됐다.

2005년에는 충북도 B서기관이 평소 알고지내는 업자로부터 사무실에서 양주 1병을 선물로 받는 광경이 감찰반에 목격됐으나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Q과장이 완곡하게 거절했음에도 업자가 양주를 내려놓고 황급히 떠난 상황으로 미뤄 받을 의도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수뢰는 아니지만 같은 해 4월 충북도농업기술원장 등 농촌지도직 공무원 6명이 영농조합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2차까지 낮술을 마시다 적발돼 징계를 받기도 했다.

행안부는 적발된 공무원에 대해 경징계나 중징계를 특정해 해당 지자체에 요구하며 인사위원회는 본인의 소명 절차 등을 거쳐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경징계는 견책과 감봉이며 중징계는 정직과 해임, 파면으로 구분된다. 또 최근에는 직급을 깎는 강임이 새롭게 중징계에 포함됐다.

▲ 암행감찰은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총괄하고 있다. 홈페이지 조직표에 표기돼 있지만 직원정보와 전화번호까지 비공개에 부쳐지고 있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서 감찰반 운영
검·경 인력 포함 30여명 조직, 신분 등 정보 비공개

현대판 암행어사로 불리는 기강감찰반은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직속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운영한다. 하지만 소속 직원들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지고 있다.
공직복무관리관은 총리실 인터넷홈페이지 조직표에 표기는 돼 있지만 활성화시키지 않아 직원은 물론 업무 분야와 관련 자료,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총리실 관계자는 “현장 적발시에는 감찰반임을 알리지만 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분을 공개할 경우 압력과 협박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찰반은 3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업무는 중앙부처와 자치단체 공무원들에 대한 감찰활동. 크게 일상적인 감찰과 명절, 연말연시, 휴가철 등 취약시기 감찰로 나뉜다. Q국장이나 청주시 토목직원들, 도 A사무관 모두 취약시기 기강감찰에 적발된 경우다.

또 감찰반은 행정공무원 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수사인력도 지원받아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암행감찰반의 활동은 종종 언론을 통해 소개될 정도로 그 활약상이 눈부시다. 이들이 활약하는 현장은 주로 공공기관 청사와 그 주변 금융기관이다. 돈을 챙기는 공무원들은 대부분 차명계좌를 갖고 있을 정도로 주도면밀하기 때문에 현장을 덮쳐 증거를 확보한다.

2007년 업체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은 뒤 차명계좌로 입금하던 경기도의 한 서기관을 적발했으며 2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교육부 국장을 적발한 것도 차명계좌가 단초가 됐다.

이들이 현대판 암행어사로 불리는 것은 비밀리에 감찰 활동을 하고 그 결과를 해당 기관이 아닌 총리실에 직접 보고한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지자체 한 공무원은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임금의 직속기관이었다면 감찰반은 국무총리 직속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이들의 역할이나 운영방식은 매우 비슷하다. 특히 현장을 적발해 감찰반임을 알리는 장면은 암행어사 출두와도 흡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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