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전 검사가 다시 청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지난해 9월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지 5개월만에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자신의 신상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한시를 통해 심정을 피력했던 김 전 검사가 이번엔 아무 말도 없이 교도소 호송차에 올랐다. 김 전 검사는 몰카 제작 용의선상에 올라 사실상 구금상태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통신망에 고려 인종때 문인 정지상이 쓴 한시 ‘송인(送人)’을 올려 화제가 됐었다.

정지상이 서경 천도와 금나라 정벌 등을 주장하다 김부식에 의해 참살됐던 것과 연관지어 검찰 수사압력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법처리되는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선고심 직후 오랏줄에 묶여 다시 교도소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시 ‘송인’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당 공천까지 신청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던 그가 저런 모습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고시 관문을 넘어 특수부 검사직을 거친 그가 과연 자신의 재판결과에 대해 과문했던 것인가, 아니면 과신했던 것인가. 결국 정치에 대한 그의 꿈은 재판부의 추상같은 판결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사실상 그 꿈은 애초부터 무모한 것이었다. 수사압력에 대한 내부고발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긴 했지만 엄연히 개인비리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1심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를 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단순히 특검을 앞둔 정치적 ‘제스추어’라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특수부 검사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면 답답한 일이다.

김 전 검사가 선보인 또다른 한시는 중국 전국시대 시인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夫辭)'였다. 그는 작년 9월 구속적부심으로 청주교도소에서 석방되면서 기자들에게 A4용지에 적힌 ‘어부사’를 배포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을 것이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을 것이다'는 마지막 구절을 직접 낭송했는데, 이는 `세상이 도를 행해 맑고 깨끗하다면 벼슬길에 나갈 것이고 세상이 탁하면 발을 씻고 떠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1심 판결 내용을 보면 김 전 검사가 더 이상 ‘어부사’를 읊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몰카 주도와 뇌물수수, 그 배경에 얽힌 피의자와의 부절적한 관계 등 ‘창랑의 물’을 더럽힌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김 전 검사와 변호인은 재판부의 유죄판결에 불복하는 입장이지만, 지금 그가 ‘세상의 도’를 얘기한다면 과연 얼마나 귀기울여 줄지 궁금하다.

하지만 취재기자의 입장에서 한시 ‘송인’에 대한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 김 전 검사가 실제로 내부고발을 부르짖다 참살당한 ‘정지상’인지, 아니면 살아남기 전략으로 내부고발을 이용한 것인지. 취재기자로써 수사압력설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뒷모습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특검수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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