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정경부장

“성질 같아서는 너나 가져라 하고 던져버리고 싶다.”
이시종 지사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두고 벌이는 청와대의 꼼수를 겨냥해 역설적으로 사석에서 던진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태동과 함께 충북과 청와대의 관계는 꼬일대로 꼬여왔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고 단수 입지라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오송과 대구에 사이좋게 나눠줌으로서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청주·청원 통합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다 망신만 당한 채 물러섰으며 세종시 법적지위와 관할구역 문제를 두고서도 적잖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뿐이겠는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실상 거부하는 분위기며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사업비도 주고 싶지 않은 것을 마지못해 배정했다.

청주공항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수도권전철 연결사업만 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시켰을 뿐 활주로 연장이나 청사·계류장 확장 등 나머지 요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점보 화물기 운항에 발목을 잡는 등 여전히 의붓자식 대하듯 하고 있다.

그 절정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난해 12월 통과된 특별법에 위치를 명시하지 않아 의심을 사더니 이제는 대놓고 전국공모 운운하며 대통령의 ‘형님’께 선물로 주려 하고 있다.

특히 이미 방사광가속기를 포항에, 양성자가속기를 경주에 선물함으로서 마지막 남은 중이온가속기마저 대구·경북이 가져갈 명분을 제공했다.

중이온가속기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이다.
나노미터(10억 분의 1m) 단위 물체를 들여다 볼수 있는 방사광가속기와 달리 중이온가속기를 쓰면 10만 배나 더 작은 펨토미터(1000조 분의 1) 단위의 물체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중이온 가속기는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킨다. 중이온을 통해 폐기물의 방사능 위험을 크게 낮춰 피폭량을 줄일 수 있고 몸 속 깊이 숨겨져 있는 암세포를 죽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면 10만명 규모의 도시가 건설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와 관련한 청와대의 꼼수가 포항 방사광가속기,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들먹이며 3대 가속기크러스트 운운하는 대구·경북의 속내와 너무나 닮아 보인다. 첨복단지 반쪽을 가져간 것으로 부족해 이제는 아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마저 가로채려는 모양이다.

급기야 여권 일각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쪼개기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통째로 빼앗지 못하면 나눠 가지면 된다’는 노골적인 놀부심보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도지사가 ‘성질 같아선~’ 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답답함을 토로할 정도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충청권 3대 단체장을 비롯한 지역의 대표들이 모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라고 목청을 돋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노영민 의원은 총궐기해 연대투쟁하자고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연상케 하는 격한 단어까지 토해냈다.

이쯤되면 잠시 지역감정에 의지해 충청권의 목소리 톤을 높여도 되지 않을까. 너무나도 비상식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논리가 힘을 발휘 못하니 격한 처방이라도 내려야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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