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미 포화상태, 무조건 강행 땐 오히려 부작용
전면개발 대신 기존 골목 살린 저밀도 개발 대안 부상

▲ 청주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대신 전통과 문화를 살리는 저밀도개발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초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한 일본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초고층아파트라 하더라도 전면유리(커튼월)를 불허하고 있다.
청주시 사직동 원도심(사직4구역)에 또다시 추진되는 초고층아파트와 관련,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입주를 개시했지만 해를 넘기도록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기존 초고층아파트들의 경우나 청주지역에만 1700세대가 넘는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업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는 청주시가 도시정비과를 도시재생과로 이름까지 바꾸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 방향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모조리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전면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전통이 이어지도록 하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 관계자는 “전면개발은 부족한 주택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뤄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청주지역은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미분양 아파트 물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초고층아파트가 도심 한가운데 들어선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 피해 양산할 수도

청주 사직4구역 초고층아파트는 지주조합이 시행자로 추진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이다. 조합이 관련 절차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한 뒤 인허가를 받아 분양과 아파트 건설공사, 관리처분을 끝으로 사업이 마무리 된다.

하지만 이 부지는 이미 6년전 민간업체에 의해 토지매입이 진행되던 곳으로 여의치 않자 지주조합을 결성해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도시정비와 주택건설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파트 건설에 따른 막대한 자금을 유치하고 직접 공사까지 해 줄 시공사 선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내로라하는 대형업체들도 초고층아파트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곳이 없다. 설사 시공참여를 검토하더라도 과연 금융권이 이를 수용해 PF대출을 승인할지도 미지수다. 실제 이미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추진되는 20여개 구역중 시공사를 선정한 곳이 단 한곳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마쳤어야 할 지웰시티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입주가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청주시가 참여해 추진하는 복합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도 산업은행이 자금지원을 꺼려 표류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 상황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허가절차는 물론 시공사 선정 등 사업에 난항을 겪을 경우 해당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녹색수도, 초고층과 부조화

도시재생에 대한 시각이 전면개발에서 친환경 저밀도 개발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이라는 인식도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천편일률적인 재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경실련 관계자는 “2005년 청주시가 도시주거환경 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38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이중 25개 구역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추진됐지만 도심공동화 현상은 오히려 더욱 심화됐다. 모든 것을 민간에 맡겨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건설을 부추겼고 경기침체까지 겹쳐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초고층아파트의 경우 사업성공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조망권과 스카이라인 왜곡으로 인한 도시경관 침해 등 공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초고층아파트를 짓지 않더라도 양질의 주택은 충분하다. 이제라도 청주시가 도시재생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기존 주거환경정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녹색수도라는 슬로건에 맞게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이 기존 골목길 등 전통적인 도시형태를 유지하면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현지개량 방식이다.
도시계획업체 관계자는 “도시재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도시가 갖고 있는 전통과 역사, 문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타운하우스나 경우에 따라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적절히 조화시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지자체 의지와 역할 중요
초고층아파트 ‘친환경’과도 괴리

전면개발 방식 대신 도시재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지자체의 의지와 역할이다. 재개발·재건축 등에만 의존하는 기존 도시정비사업은 공공의 지원이나 개입이 차단되기 때문에 골목길 주택가 재생 같은 저밀도 개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진다.

지자체나 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할 수 있는 현지개량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 또한 도로 확장과 공원, 주차장 조성 등 기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저밀도 도시 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등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초고층아파트는 일반 주택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는 건축물이라는 얘기다. 전통과 문화를 살리는 방향의 도시재생이 청주시가 표방하는 녹색수도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시 차원의 구체적 계획수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본 도쿄도의 경우 초고층아파트라 하더라도 주거시설에는 커튼월(전면유리) 공법을 불허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비업체 관계자는 “도시정비기금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를 도시재생 사업 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특히 기존의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같이 획일적인 정비가 아니라 해당지역의 문화와 차별화된 테마를 살려 가치를 극대화 해야 하며 아파트 단지를 설계하는 것에 버금가는 노력과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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