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게재 공동연구 논문, 박사학위 제출 충북대 시끌
대학 윤리위원회 이어 저작권법 위반 고소, 결과에 촉각

▲ 공동저작 논문을 개인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것울 두고 충북대 내에서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관행이라고 덮어둔다면 연구원들은 책임교수나 지도교수의 영향력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가 될 겁니다.”

충북대 종양연구소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하는 A씨가 공동저작 논문을 연구원 B씨 개인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A씨 자신은 결코 동의한 적 없으며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를 허락한 지도교수 C씨의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이 공동저작 논문은 이미 지난해 ‘암유전자(Oncogene)’誌 4월호에 게재 됐지만 B씨가 마치 단독으로 수행한 창의적인 논문인 것처럼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해 지난해 8월 학위를 취득했다.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도교수 C씨에 대해서도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음을 잘 알고 홍보까지 한 장본인 임에도 B씨 지도교수 자격으로 심사위원들을 지명하고 또한 직접 참여해 박사학위로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암유전자(Oncogene)’誌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 잡지 네이처 출판그룹(Nature Publishing Group)이 발행하는 암 관련 전문 학술지다.

A씨는 B씨가 연구윤리와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학내 연구윤리위원회에 진정하는 한편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B씨는 학위를 받기 위해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책임자인 지도교수 C씨도 허락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C씨 또한 당연한 관행이며 오히려 A씨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A씨의 주장은 단순한 연구윤리나 법률 문제를 넘어 학계의 오랜 관행에 대한 강도 높은 도전으로 비쳐지고 있어 학내 윤리위원회와 사법기관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복 게재·자기표절’ 주장

A씨는 B씨가 공동저작 논문을 개인 학위 논문으로 제출해 저작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중복게재와 자기표절 금지 원칙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단독 연구라 하더라도 이미 발표한 논문을 중복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연구윤리다. 하물며 자기 논문도 아닌 공동저작물을 학위논문으로 제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설령 학위 논문 제출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이는 중복게재와 자기표절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논문이 암유전자지에 게재될 당시 C씨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연구주체를 ‘A·C 교수팀’으로 명시했다. 어떻게 B씨가 단독 연구한 것처럼 심사해 박사학위를 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씨는 “이 연구를 통해 학위를 받지 못했다면 애초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도교수가 허락해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인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씨는 “중북게재나 자기표절은 박사학위논문은 예외다. B씨는 본인이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연구는 2005년 6월부터 진행됐으며 B씨는 2007년 9월에 합류했다. 실질적으로 (내가)B씨를 지도한 것이다. B씨가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만큼 실험 등 연구 실무를 수행한 것은 맞지만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단독 연구 결과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개인 학위 논문에 국비 사용 말도 안돼’

A씨는 특히 문제의 연구가 본인과 C씨 등 3명이 국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지난해 연구비를 지원한 기관에 연구실적물로 보고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의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는데 국가지원 연구비를 쓸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나를 비롯한 3명의 학자에게 지원된 각종 국가연구비가 B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지원됐겠는가. 더욱이 초빙교수인 내가 대학원생의 논문을 써주기 위해 2005년부터 4년 동안이나 연구하고 실험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도교수 C씨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연구에 몇 억원씩 들어간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학생이 과연 있겠는가. 당연히 국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며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오히려 C씨는 “박사과정의 학생이 연구에 참여할 때에는 당연히 자신의 학위논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연구팀에 학위를 받을 사람은 B씨 밖에 없었다. 또한 4년이 걸리는 연구에 참여한 학생이 학위논문을 쓸 수 없다면 과연 누가 참여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씨 또한 B씨의 논문 작성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A씨는 지도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처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2005년부터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에 2년 뒤에 B씨를 합류시켜 결과적으로 연구를 빼앗아 넘겨 준 격이다. 개인의 박사학위 논문은 본인의 연구를 통해 작성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깰 관행이냐 지킬 관행이냐
“절대권력이 양질의 학자 양성 막아” 주장

A씨는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관행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B씨는 중간에 합류한 만큼 본인의 연구과제라고 주장할 수 없다. 관행을 인정하더라도 이에 합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관행”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본질은 내게 동의를 얻었냐는 게 아니라 공동 저작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개인 학위논문으로 제출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된 관행이라도 그릇된 것이라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교수 한사람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서 빚어지는 부당함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자들은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그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다. 거기에는 어느 누구의 입김이나 영향력이 작용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지도교수 또는 책임교수에 절대적인 권력이 집중돼 있다. 지도교수 눈에 벗어나면 학위는 물론 진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그릇된 관행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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