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송 현 (초롱이네도서관 대표)

이제 딸아이가 6학년이 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초등학교 입학식에 데리고 갈 때의 느낌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데,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이 된 것이다. 그동안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도록 해오면서도 내 아이의 학교 교육을 위해서는 특별한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초등학교에서의 학교교육은 그래도 견딜만하다고 생각한 탓이다.

이제 이 아이가 1년 후에는 중학교에 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에 대해 그래도 조금은 비켜 있었는데, 이제 교육문제의 수렁속으로 빨려 들어가야 할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생각하며 했을 고민이 내게도 다가왔다.

이 아이를 사회의 흐름에 그대로 맡겨버리면, 이 아이는 곧바로 수능의 늪으로 떠밀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좋아하던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도 없을 것이고,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지도 못할 것이다. 짜여진 시간표에 갇혀서 정해진 사고를 강요받으면서 지내야 할 것이다. 보강이라는 명목으로 그 좋은 날들을 학교에 갇혀서 보내야 할 테고,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시험공부를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떠돌 것이다.

이 세상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그 소중한 시간들을 인생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쓰레기처럼 너저분한 시험공부에 사로잡혀 날려보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길러왔던 재능의 싹은 더 이상 돌보지 못 할 것이고, 자유롭게 상상의 세계를 날던 날개는 꺾이고, 지루한 암기와 문제풀이로 수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수능으로 연결해서 생각될 것이고, 모든 것은 시험으로 평가되겠지.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게 되는가? 대학을 조금 좋은데 간다는 것이 상상의 날개도 부러지고, 감성의 싹도 짓밟혀진 아이의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그런 길을 이 아이에게 ‘어쩔 수 없다’며 강요해야 하는 것일까? 사회의 각부분이 나름대로 변화하고 발전해왔는데, 교육제도만큼은 오히려 개악에 개악을 거듭해왔다는 선배 학부형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잘 살펴보면 오랜세월이 흘렀지만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거는 교육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일로를 거듭해온 것이다. 오래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교육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왔고, 대부분의 사람이 교육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에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한강물에 내던진 비정한 아빠가 생각난다. 전처소생이라고 아이를 무참히 폭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여인이 생각난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떳떳할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 선택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아이들의 호소를 무지한 탓으로 돌리고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아이들의 꿈을 꺾고, 상상력을 시험지속에 가두는 것. 입시경쟁에 찌든 학교교육의 틀에 가두어 두는 것도 폭력이며 학대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이의 교육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 늦어서 어쩔 수 없이, 등떠밀려 아이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하게 되기 전에 벗어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지내는데 혼자만 별나게 키울게 뭐 있냐는 변명은 이제 거둬들이자. 어린이들은 미래를 위해 산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감내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동학대에 지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늘어놓는 한탄이나 이야기거리로만 그칠 것이 아니다. 아이를 위해 바람직한 교육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을 위해 하나 하나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풀어가 봐야겠다.

비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어처구니없는 교육현실에 아이를 내팽개쳐둘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날의 교육현실은 모두가 자기교육현실을 바꿔보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라지 말고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이상 아동학대자가 되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이대로 굳어지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내 아이를 위해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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