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최종안 일부 뒤바뀌어 사전보도 혼란 발생

충북도교육청이 내년 1월1일자 일반직 인사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용도폐기했어야 할 '카드'를 실수로 공개하는 바람에 최고 인사권자의 속 마음이 드러나는 '대형사고'가 났다.

도교육청은 전날 오후 5시 정각에 구명회 충북도의회 교육전문위원(4급)이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하는 동시에 한직으로 볼 수 있는 중앙도서관장직을 맡고, 윤기성 행정예산과장은 직위승진하면서 기획관리국장으로 '영전'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서를 이메일로 배포했다.

이문재 학생교육문화원 총무부장은 본청 기획관리과장으로, 박종칠 교육과학연구원 총무부장은 본청 행정예산과장으로 각각 영전하고 박노화 중앙도서관장은 청주교육지원청 관리국장으로, 교육을 마치고 복귀한 유근영·엄종목 서기관은 교육과학연구원 부장과 학생교육문화원 부장으로 전보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사발표 내용은 30여 분 후인 오후 5시37분에 '최종안'으로 돌연 변경됐다.

구명회 전문위원은 기획관리국장으로 승진하고 박종칠 부장은 기획관리과장으로, 엄종목 서기관은 교육과학연구원 부장으로, 유근영 청주교육지원청 관리국장으로 이동하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다. 최초 공개될 땐 있었던 이문재 부장과 윤기성 과장, 박노화 관장은 명단에서 사라졌다.

처음 받아본 인사내용이 용도폐기된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일부 기자들은 서둘러 명단을 인터넷판으로 보도했고, '오보'를 접한 공무원들은 (실상은 그렇지 않지만)영전한 선배들에게 축하전화를 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축하전화를 받았던 간부들은 30여 분만에 튀어 나온 최종안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교육청은 뒤늦게 "직원의 실수로 용도폐기된 인사계획안이 공개되는 일이 빚어졌다. 단순 실수다"라는 해명아닌 해명을 했지만 이 문제를 단순 실수로 덮기엔 너무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36분짜리 과장·국장이 됐던 간부들의 상처난 자존심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인사권자인 교육감의 '복심(腹心·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는 점이다.

인사권자가 출신지역, 출신고교, 성별 등을 고려해가며 적임자를 고르던 고민의 흔적이 '1안'에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종안과 용도폐기된 인사안을 비교해보면 인사권자가 청주상고 출신 간부와 여성간부 등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했던 과정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몇 가지 기록이 새로 쓰여졌다. 우선 본청 과장(서기관급)에 두 번 연속 여성이 임명됨으로써 '본청 과장직 하나는 여성 몫'이란 인사스타일이 공식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도교육청 관리국장 자리를 청주상고(현 대성고) 출신자가 과거 10년 이상 차지하는 기록도 세워졌다.

지난 2000년 조신행 전 국장을 시작으로 고일영-이기수-이장길(2번 역임)-신강탁-연희지-구명회 국장까지 이어지는 동안 비(非)청주상고 출신자는 보은농고 출신인 전찬구 전 국장이 유일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8일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되는 실수가 벌어졌다"며 당혹해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