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천연림 광릉숲에서 희귀종 확인, 단풍의 아름다움 만끽
인근에 쓰레기매립장 건설중, 각종 생물들에게 치명적 ‘가슴 아파’

이번 기행은 ‘숲’이다. 그것도 가을숲. 그중 우리가 찾은 숲은 광릉숲이다. 광릉수목원으로 알려진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천연림이다. 국립수목원은 특별한 게 있다. 조선 세조왕이 말을 타고 사냥을 즐겼던 숲이었고, 그래서 1468년 세조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이기도 하다.

당시 능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의 숲이 부속림으로 지정되어 보호되어 왔으나 오늘날에는 2,238ha 면적의 숲만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540년 이상 잘 보전된 이곳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거치는 과정에도 훼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잘 보호되었다는 점에서도 신비로움이 더해지고 있다.

▲ 울창한 전나무 숲.
여름 태풍으로 쓰러진 전나무

국립수목원 왼쪽으로는 소리봉, 오른쪽으로는 주엽산이 있다. 이곳은 서어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는 천연활엽수림과 대표적인 극상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일반인에게는 출입통제 구역이다. 그만큼 보전가치가 있다는 것이리라. 실제로 국립수목원은 올해 여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장수하늘소, 크낙새, 하늘다람쥐 등 많은 천연기념물이나 광릉요강꽃, 광릉골무꽃 등 광릉숲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등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하고 우수하며 생태계가 안정적이고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 숲에는 늘 함께 한다.

▲ 계수나무.
숲이란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제각각 저마다의 맛이 있겠지만 가을숲은 더더욱 기대된다. 우리 기행팀은 도착해서 숲생태관찰로를 시작으로 코스를 잡았다. 지난 여름 수도권을 강타했던 태풍 곤파스로 국립수목원의 150여 나무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졌다는데 대부분 전나무였다. 숲 여기저기서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진 전나무를 볼 수 있었다.

다른 나무들은 괜찮은데 왜 하필 높이가 십수미터는 되는 전나무들이 쓰러졌는가. 그 이유는 전나무의 뿌리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전나무는 뿌리가 얕고 옆으로 퍼지는 특징이 있다. 높이는 아주 높은데 뿌리가 얕으니 태풍바람에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숲바닥은 전체적으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유독 전나무만 쓰러져 있던 거였다. 덕분에 우리는 쓰러진 전나무의 거대한 뿌리를 관찰할 수 있었고 피톤치드도 만끽할 수 있었다.

가을숲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단풍과 낙엽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중 노랗고 빨간 단풍색은 본래 나뭇잎에 있었던 것인데 초록색을 띠는 엽록소가 기온이 낮아지면서 파괴되어 그 자리에 단풍색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숲이 우거진 곳은 온도차가 크지 않아 단풍색이 칙칙하지만 하늘이 열려있는 곳은 단풍색이 뚜렷하다. 계곡이나 사면, 도시공원이 그렇다. 오늘따라 아름다운 호수 육림호의 단풍이 더더욱 멋스러웠다.

▲ 휴게광장에서 기념촬영한 기행팀.
▲ 산림박물관에서 조사중인 어린이들.
가을의 특징, 낙엽은 또 어떠한가. 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며 나뭇잎의 영양분을 나무줄기로 이동시키고 쓸모가 없어진 나뭇잎을 낙엽으로 떨군다. 낙엽은 숲에서 열기를 가두는 보온재이고 각종 영양분의 저장고이다. 수많은 생명들이 낙엽의 보호속에 겨울을 날 수 있다. 광릉숲도 낙엽을 떨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을열매는 붉은 색을 좋아하는 새의 눈에 잘 띄어 씨앗을 멀리 퍼뜨리게 하기 위해 열매색이 대부분 붉다. 주목나무가 그렇고, 산사나무, 목련나무 등 각 코스마다 있던 나무의 열매색이 그랬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무엇보다도 가을숲에는 향기가 있다. 관상식물원에 가면 계수나무들이 모여있다. 하트모양의 나뭇잎에 솜사탕 냄새로 절정인 계수나무도 노랗게 물들고 있었다. 오랜시절 달고나 냄새가 이 냄새였을 것이다. 우리는 계수나무 아래에서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서로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았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계수나무였다.

손으로 보는 식물원, 수생식물원, 덩굴식물원 모두 저마다의 맛과 향기가 있었다. 야생열매 중 가장 맛이 좋다는 으름도 찾아보았다. 누군가 이미 따서 먹어버린 으름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단연 동물원이 최고였다. 백두산호랑이, 반달가슴곰, 늑대, 너구리, 독수리, 올빼미 등 동물들 앞에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 어린이들의 식물관찰 시간.
그러나 이 국립수목원도 위기에 처해있다. 남양주시에서 광릉숲 소리봉 남쪽에 쓰레기 소각잔재 매립장을 건설중에 있다. 5년 넘게 수많은 주민소송 등 반대움직임을 꺾고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중금속 및 다이옥신이 다량 방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환경오염에 약한 전나무숲은 물론이거니와 수목원에서 서식하는 각종 생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조선시대부터 500년 넘게 엄격하게 관리해오던 이 숲이 위기에 처해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있겠는가.

▲ 정호선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자연의 친구들
수목원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눈요기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왜 지켜야만 하는지를 가슴에 새기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향기 가득한 가을 숲을 뒤로 하고 언젠가 숲이 살포시 깨어나는 봄에 꼭 한번 다시 찾으리라 다짐하고 숲의 안녕을 바라는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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