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네 발, 점심때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

여자의 얼굴과 가슴, 사자의 몸통과 날개를 가진 괴물 스핑크스의 밥이 되지 않고 살아서 테베로 들어가려면 기묘한 수수께끼를 맞혀야 한다. 숱한 죽음 끝에 여행자 오이디푸스는 수수께끼를 풀었다. "답은 '인간'이다. 네 발로 기는 갓난아이. 두발로 걷는 시기.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년을 말하는 것 아닌가?" 정답을 맞힌 사람이 나타나자 기고만장하던 스핑크스는 굴욕감을 느끼고 자살한다.

보은 읍내에 70대 전후반의 어르신들 50여명이 모여 시가행진을 벌였다. 스핑크스의 비유처럼 세발로 걷는 분들이다. 무엇이 이들을 지팡이에 의존한 세발걸음을 디디게 한 것일까?

회인면 쌍암리 주민들은 깊은 근심에 잠겼다. 쌍암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발표 때문이다.

귀에도 흰털이 자라는 나이도 훌쩍 넘긴 촌부들은 둑높임의 속내가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것과 엄한 자신들이 또다시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엄하신 '나랏님'의 뜻이니 거스를 수도 없다. 대책 논의를 위해 마을회관에 모였지만, 모두 꿀먹은 벙어리였다. 아무도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회의 막판 한 이가 쭈뼛거리며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제사 불만의 봇물이 터졌다.

1984년 조성된 쌍암저수지로 인해 마을의 70%가 수몰되었다. 60여 가구가 살던 '동래 정씨' 집성촌은 해체되고 25가구만 남았다. 인근마을이 가뭄의 시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정부의 감언이설로 희생을 감수했지만, 저수지는 안개와 냉해라는 더 큰 희생을 요구했다. 수확량은 반토막났고, 명성이 자자했던 곶감엔 곰팡이가 피어 상품가치가 없어졌다.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는 저수지를 농어촌공사는 문제적 수치인 '6m'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3m'로 낮췄다. 공사 완료 시 수몰로 인해 '사람없는 마을'이 된다. 기상변화는 심해지고, 헐값에 강제수용될 농경지 보상금은 '남은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20년 넘게 강요된 희생도 모자라 더 큰 희생을 요구하니 주민들이 세발걸음에 나선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이시종 충북지사는 "큰 틀에서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치수방재과장은 공동검증위 활동을 '사업 보완'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지금도 후보자 홈페이지에 명시된 <충북 도내 4대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환경공약과는 한참 어긋난 입장이다.

각계 대표 207명이 참여한 '4대강 사업 저지 충북생명평화회의'도 국회 검증특위 구성을 촉구한 데 이어, 같은 민주당 소속인 이광희 의원과 민주노동당 김도경 의원 등 8명의 도의원들은 "공약대로 공동검증위 활동 결과에 따라 공사 중단과 사업취소 및 변경 의지를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촌부들마저도 시가행진에 나서는 등 4대강 사업 강행에 대한 도민의 비난여론이 드높다. 전면 재검토가 거짓말이었다면 도민들은 더욱 들끓을 것이다.

김태호 총리후보를 낙마시킨 청와대의 의중은 '거짓말' 때문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리와 부패는 눈감아도 거짓말만큼은 용납하지 못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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