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지하수 오염, 시예산 3억들여 상수도 관정 설치
청주 오근장 공군비행장(이하 청주기지)의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이 사실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강창성의원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의 유류저장시설에 대한 토양오염검사 결과 육·해·공군의 9개 부대에서 토양오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군에서는 유일하게 청주기지가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셀린) 성분이 우려기준인 80ppm을 8배나 초과한 635ppm이나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토양오염에 대한 복구작업을 지난해 마쳤다고 보고했으나 정작 청주시와 인근 주민들은 복구사실조차 알지 못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토양오염의 직접 피해지역인 외남 2통 마을의 또다른 민원사항에 대해 접수를 기피하는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주민반발이 커지고 있다. 청주기지의 토양오염으로 수년간 끌어온 民-軍의 식수분쟁과 농수로 확장, 우회도로 확충등 집단민원의 실상을 알아본다.








충청리뷰는 지난 94년 11월 외남2통 마을의 지하수 오염실태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했다. 당시 80여 가구 가운데 6가구의 지하상수도에서 기름냄새가 심하게 풍겨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따라 청주기지측은 영내 상수도 배관을 문제가 된 가구까지 연결시켜 물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후 99년 11월 재취재한 결과 문제된 6가구 이외에 추가로 4∼5가구의 지하수도 기름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수 오염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징후가 뚜렷했다. 하지만 당시 청주기지측은 “94년 국방과학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기름에 의한 오염가능성은 있으나 항공유가 수질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은 발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며 토양오염의 주범이 항공유라는 주민들의 주장을 외면했다.
청주기지와 담장하나 사이인 외남2통 마을의 지하수에 기름냄새가 나기 시작한 때는 지난 80년말. 부대담장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채이환씨 집 물에서 냄새가 번졌던 것. 이에대해 마을 주민들은 지난 79년 비행장 기름탱크 매립공사를 하던 중 유출된 항공유가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기름탱크 매립공사할 때 마을 주민들이 현장 노무자로 많이 일했다. 그런데 공사도중에 연결밸브가 터져서 기름이 엄청나게 흘러나왔는데 공사업자가 포크레인으로 흙을 퍼서 그냥 덮어버렸다. 그때 묻힌 기름이 수맥을 오염시킨 것이 분명한데도 지금까지 인정을 하지 않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공개시인한 셈이다” 외남2통 이형원통장(42)의 말이다.
당시 청원군이 국립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한 결과 역시 석유연료 계통의 기름성분이 검출됐었다. 하지만 청주기지측은 79년도의 기름유출 사고를 시인하면서도 피해내용에 대해서는 상반된 인식을 나타냈다. “국정감사에 보고된 지역은 외남2통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과 무관하다, 99년 이후 환경관리공단의 유류 탱크주변 토양오염도 측정결과 매년 적합판정을 받았다”는 답변이다.
하지만 국감자료에 따르면 청주기지측은 이미 99년도에 기준치보다 8배이상 석유연료 계통의 토양오염이 진행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같은 내용을 2년동안 주민과 언론에 은폐했다가 국정감사를 통해 마지못해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특히 청주기지는 유류저장탱크의 균열여부에 대해서도 공식확인을 거부해왔다. 99년 10월 공군본부는 전국 12개 전투비행단에 설치된 155기의 유류저장탱크 가운데 6기에서 균열이 생겨 지하수가 스며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물이 섞인 항공유를 주입한 전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공군본부가 대대적으로 유류저장시설 확인점검을 벌인 결과였다.
이에따라 충청리뷰 취재진은 청주기지측에 문제가 된 유류저장탱크 6기 가운데 청주기지 것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군사보안상 밝히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청주기지측이 마을 상수도 수질오염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주민들은 먹는 물을 딴 곳에서 길어다 마시는가 하면 적지않은 돈을 들여 개별적으로 지하관정을 다시 뚫기도 했다. 한편 청주시는 95년 식수민원이 확대되자 1억3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형 관정을 설치했다. 명목상 농업용 관정이었지만 사실은 마을 상수도 식수원으로 개발한 것이었다. 하지만 철분함유량이 높고 전기세등 운영비용이 비싼데다 가구로 연결하는 인입배관 공사비를 자부담하기 어려워 결국 무용지물로 방치해 두고 있는 실정이었다.
청주시는 외남 2통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지난해 다시 1억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간이상수도 관정을 다시 개발했다. 주민들의 식수민원은 해결됐지만 청주기지의 토양오염으로 불거진 피해를 청주시가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처리해 준 셈이었다. 이에대해 김홍식시의원은 “시가 간이상수도 관정을 다시 설치하면서 청주기지와 협의를 벌였으나 아무런 협조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식수문제는 해결됐지만 계량기를 집집마다 설치하고 물값을 내는 자체가 주민들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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