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저수지 둑높임 공사 주민 반발 확산
쌍암리 주민들 저수지 조성으로 27년째 피해 입어

4대강 살리기 사업 일환으로 2조 3000억원을 들여 전국 96개 저수지에 대해 진행하는 둑 높이기 사업이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저수지별로 수백억대가 집행되는 둑 높이기 사업이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농지가 침수되고 안개 피해가 확산되는 등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도내에서도 진천 백곡저수지와 증평 삼기저수지 인근 주민들이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데 이어 보은 쌍암저수지 인근 주민들도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 쌍암저수지
풍요롭던 마을, 저수지가 습격
쌍암2구는 동래 정씨 집성촌이다. 1970년대까지 6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이곳은 현재 뿔뿔이 흩어지고 25가구만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이 마을을 떠난 것은 농사가 짓기 싫어서도 도시에 살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대대로 내려온 삶의 터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984년 정부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쌍암리 일대에 최대저수량 76만 5000㎥의 저수지를 조성했다. 이때 쌍암리 마을 70% 이상이 수몰됐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인공 저수지 조성으로 떠난 주민과 남은 주민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 주민 정상권 씨(79)는 “산골마을 땅값을 쳐줘봐야 얼마나 쳐줬겠냐. 눈곱만한 보상비로 다른 곳에 가서 정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도 모두들 고생스럽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남은 주민들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정상수 씨(74)는 “이곳은 과실수로 유명한 곳이다. 보은은 물론 한 때는 청주 청과물전도 쌍암리에서 수확한 과일로 넘쳐났다”고 말했다. 농지는 작지만 땅이 비옥해 열매가 많이 열렸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상수 씨는 “그 돈으로 자식들 대학까지 다 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저수지의 등장은 기상환경의 변화를 초래했다. 가뭄에도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에 마을 주민 절반이상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쌍암1구와 3구 등 인근 마을의 더 많은 농민들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희생을 감수한 마을주민들이었다. 하지만 쌍암2리 주민들의 피해는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농지 수몰로 40가구 마을 떠나 
정성영 씨(59)는 “열매를 맺는 양이 해가 다르게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저수지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민 송세영 씨는 “지금은 예전과 비교해 30~40%밖에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며 “지난 27년간 저수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쌍암리는 감과 배, 대추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과실수가 있는 곳이다. 특히 감은 쌍암리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다. 쌍암리 곶감은 맛이 좋아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곶감보다 값을 더 받았다. 정상수 씨는 “저수지가 생긴 이후로 곶감을 말리다 곰팡이가 피어 상품화시키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겨울철에는 저수지로 인해 발생한 찬 서리가 나무에 달라붙어 얼어 죽는 일이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또한 저수지로 인해 평균기온도 크게 내려갔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문제는 주민들의 피해가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저수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다. 마을이장을 지낸 상수 씨는 “한번 당한 것도 억울한데 여기서 둑을 더 높이면 마을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둑을 더 높이면 그나마 남은 농토도 수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힘없는 농민들이라고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상수 씨는 “산골에서는 낮은 땅이 좋은 땅이다. 좋은 땅은 물속에 다 잠기고 말았다”고 말했다.

둑 높이기 사업이 진행된다는 말에 정동차 씨(68)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동차 씨가 일구는 논과 밭이 저수지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동차 씨는 “600평 남짓 농사를 짓고 있는데 모두 수몰되면 어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5가구 중 당장 5가구가 마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6대째 쌍암리에서 살고 있는 상수 씨는 “모든 사람에게 땅의 의미가 같지는 않다. 농민에게 농토는 생명이다. 더구나 이 땅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땅이다. 농어촌공사에서 바라보는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업 취소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쌍암2구 주민들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인해 마을이 사라질 위기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저지 대책위를 구성한 쌍암리 주민들이 지난 13일 마을회관에 모여 근심 가득한 얼굴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7년간 물 마른 적 없다
사업 저지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주민들은 절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주민 송세영 씨(77)는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둑 높이기 공사 이야기가 처음 나왔던 지난해에도 주민들이 보은군수를 면담하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군수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해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이미 다 결정하고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사업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상수 씨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겠다는데 저수지가 생긴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 또한 물을 필요로 하는 논 상당수가 수익성 때문에 벼농사 대신 옥수수와 콩을 심고 있다. 물 쓸 일도 줄어드는데 굳이 더 많은 물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랏돈 140억원을 투입한다는데 농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실효성 없는 저수지 공사가 아니라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주는 것이 백번 낫다”고 지적했다.
농어촌공사 충북본부 관계자는 “모든 사업이 반대에 부딪히기 마련”이라며 “반대가 주민 모두의 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사업 후에 발생할 환경 피해, 냉해와 안개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 전해 들었다”며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업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주민대책위는 철회 외에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정상수 씨는 “공사 후 늘어나는 담수량도 백곡저수지 사업과 비교해 1/10 수준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도다. 그런 사업을 강행하려고 수백년간 터를 지키며 살아온 주민들을 희생시키려는 것이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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