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가 취임한 이후 검증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선 민선4기 최대 역점사업이었던 오송메디컬그린시티를 점검하고 있다. 이 지사가 4대강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중앙언론의 보도가 빗발친 가운데 충북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메디컬시티는 검증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검증의 핵심대상이라 할 수 있는 사업추진권자가 사업포기를 선언했다. 충북도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 4대강 사업 찬·반 위원으로 구성된 ‘충북 4대강사업 공동검증위원회’는 16일 중간보고회를 열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메디컬시티는 주도권을 가진 사업자가 뒤로 물러앉으니 충북은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사업주체인 BMC 대표는 “충북에서는 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가 발생했다. 사업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옮겨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언론은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거라 우려하고 있다.

4대강 검증은 검증기간 동안 공사를 유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시민·환경단체는 검증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라는 얘기고 충북도는 공사는 지속하되 문제점이 발견되면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꿩 대신 닭은 부산인가

BMC가 선택한 ‘꿩 대신 닭’은 부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센텀시티 발전협의회가 지난 5월부터 메디컬스트리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센텀시티 부근에는 세계적 규모의 백화점과 전시컨벤션센터인 벡스코, 호텔 등이 밀집돼 있어 의료관광 허브로서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센텀시티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4600여명이며 러시아인이 11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인과 일본인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조건만 놓고 보면 부산에는 이미 멍석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러나 BMC는 부산에서도 검증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BMC는 ‘Bio Medical City’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BMC는 2008년 3월 경기도 평택시에게 카지노를 포함한 국제적인 리조트를 제안했다. 이 제안에는 세계 4위 규모의 카지노·호텔 관련 그룹이 참여했다.

제안 말미에 메디컬스쿨이 한 줄 언급된 것과 대표의 이름을 보니 같은 BMC가 분명하다. 하지만 추진상황에 대한 더 이상의 뉴스는 없다. 오송메디컬시티 좌초에 대한 진정한 검증은 이달 말로 예정된 충북도의 발표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 부산 발(發) 뉴스를 지켜보면 될 것 같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

4대강 검증과 관련한 충북도와 시민·환경단체의 갈등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논란처럼 답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충북도는 일단 공사를 강행하고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겠다는 것이고 환경단체 등은 검증기간만이라도 공사를 유보하자는 것이다.

검증을 하겠다고 시작한 건 일단 문제가 있다는 가설(假說) 아래 이뤄진 것이다. 일단 공사를 강행해도 될 만한 사안이라면 굳이 검증위를 구성할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보완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4대강 사업은 국토의 생태 축을 흔드는 사업임에도 국민적 합의와 환경과 안전에 대한 검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검증위까지 꾸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중앙에서는 인적검증이 ‘뜨거운 감자’다. 위장전입, 땅 투기 등 장·차관 내정자들의 냄새나는 과거가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변명을 듣자하니 ‘닭 잡아먹고 오리발’이다. 그런데도 ‘큰일을 하게 될 줄 모르고 소인배 시절에 저지른 일이려니’하고 넘어가는 추세다. 한마디로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검증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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