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마지막 날을 '미친개'로 마감해야 하는 심정이 착잡하다. 미친개에겐 치료약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그만큼 사람들한테 경계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미친개는 보는 이에게 섬뜩함을 안긴다. 지금이야 개팔자도 상팔자가 됐지만 70년대만 하더라도 변변한 사육환경을 누리지 못한 개들이 이  '미치는 병'에 걸려 온동네를 공포속에 몰아 넣는 일이 종종 발생한 것이다. 

 평소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미친개로 변해 벌겋게 충혈된 눈을 부라리고 달려들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 등장하던 것이 동네 청년들의 몽둥이 세례다.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야 비로소 미친개를 제압할수 있었다.  말 그대로 개패듯 패야 사람에게 해코지를 못했던 것이다.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최고라는 속언이 이런 사실에 근거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미친개에겐 몽둥이밖에 없다. 

 동료의원 7명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국회의원들이 졸지에 미친개 취급을 받고 있다. 급기야 국회 의사당엔 이 미친개들을 포박하고 단죄하기 위한 시민단체 회원들의 포승줄과 몽둥이가 등장했다.  뻔뻔한 국회의원들에겐 이런 막가는 행동이 차라리 효과적인지도모른다.  우리 국민들이 16대 국회의원들의 후안무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을 기대했던 게 잘못이다. 적어도 7명의 의원중 죄질이 고약한 몇명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어야 옳았다.  기업체를 협박하고 돈을 뜯어 내 개인 치부까지 한 '도둑놈'들이 마치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맞선  독립투사 쯤으로 미화되는 의사당을 국민들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불체포 특권은 사실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툭하면 갖은 족쇄를 채워 양심적인 의원들을 잡아가고 이들의 입을 틀어 막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민주국가의 순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합목적적인 기능이 변질돼 되레 비리 국회의원을 보호하는 황당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들 국회의원들의 막가파식 행태를 지켜 보면 2004년 17대 총선을 머리에 떠 올리게 된다.  총선은 우리 유권자들이 이런 부도덕한 의원들을 단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만약 4.15 총선에서 정치개혁의 제단에 이런 미친개들을 제물로 바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4년을 이들로부터 도둑질을 당해야 한다.  유권자 혁명이 승리하는 날, 우리는 일그러졌던 2003년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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