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철(2004충북지구 JC회장)

한상궁이 죽었다.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이 죽지 않길, 아니 죽이지 않길 바랐지만 그녀는 아쉬움을 남기고 그가 제일 사랑하는 자식 같은 제자의 등에 업혀 죽었다.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이야기다. 주인공 보다 정작 조연 캐릭터인 한상궁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여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다. 줄거리 상 이미 죽어서 사라져야 했을 한상궁인데 시청자들의 한상궁을 살려야 한다는 열화와 같은 협박(?)에 힘입어 그녀의 생명이 연장됐다는 내용은 TV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월·화요일은 직장 남성들 조차 드라마 시간에 맞춰 귀가할 정도라니 그 신드롬은 상상이상이다. 물론 그 신드롬 한가운데 한상궁이 있다. 왜 연출가 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한상궁이 인기를 얻고 신드롬이 생겼을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한상궁은 현대 교육학이론을 실천한 교육자다. 그녀가 오늘날의 교육학 이론을 배우지 않았어도 스파르타식 교육과 아테네식 교육방법을 적절히 혼합하여 그의 수제자를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한 교육자다.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약초 백가지를 정해진 기간 안에 구해오라는 스파르타식 교육방법을 구사하고, 승부에 연연하여 음식을 만드는 제자를 과감히 내치는 매정함을 보이는 한편, 제자에게 냉수 한 사발 떠오라는 과제를 내려 결국에는 그 제자가 ‘물도 먹는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달리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오늘날의 탐구학습 방식을 적용한 교육학의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한상궁은 비록 조선조 계급사회의 천민 출신이었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누구의 도움 없이도 그 분야의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한상궁은 고위 관료들과 유착관계를 발판으로 몇 대째 가업으로 대물림 하던 라이벌 상궁과의 대결에서 실력 하나로 승리한 인간승리의 상징이며,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제자를 살린 살신성인의 모습을 몸소 실천한 의인이기도 하다.

공교육 붕괴의 시대라고 한다. 여기에서 공교육의 무너진 책임을 묻자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입시 제도를 탓하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제아무리 잘못된 입시제도와 자고나면 바뀌는 교육정책 속에서 성장했어도 우리 가슴속에는 분명 한상궁 같은 존경하는 스승이 있다. 그 스승은 우리들에게 차떼기로 검은돈 몇 백억을 전달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권력에 줄서는 방법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혈연,지연,학연 등 모든 연줄을 통해 출세하는 지름길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다. 슬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우리가 지금 한상궁을 생각하는 이유는, 신드롬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는, 한상궁야 말로 우리 가슴속에 간직해오던 스승이자, 그 스승이 가르쳐 주었던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야 할 길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새해에는 ‘청출어람, 청어람 하겠다’던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해 본다. 한상궁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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