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 태 재 (직지포럼 대표)

오늘의 한국도시는 모두 병들어 있다. 대도시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고, 중도시는 안간힘을 쓰고 있고, 소도시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오로지 희망이 있다면 몇 안 되는 ‘읍’도시를 들 수 있다. 반세기를 방치해 둔 ‘버려진 읍도시’가 현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한 학자가 던진 탄식이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어메니티(amenity, 쾌적성)가 도시의 경쟁력’이라고 한다. 오늘날 도시간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도시환경이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요소로 중요해 졌기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도시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그 까닭은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획적 배치, 시스템의 효율화,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도시의 경제성과 효율성은 기본이며, 그것에 더하여 여유로움과 편리성과 안락함을 두루 갖춰 시민에게 감동과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면, 상품이나 서비스처럼 도태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시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서 어메니티가 대두되고 있다. 어메니티는 어떤 사물이나 환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는 쾌적성을 의미하며, 특히 도시 어메니티는 자연, 건축물, 기후, 사회, 주민특성, 개인의 감성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관련된다.

도시 어메니티 욕구는 시대변천에 따라 편리성, 환경성, 심미성, 문화성의 순으로 그 비중이 높아져 왔으며, 현재 도시 어메니티 개선은 이 4가지 축으로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 끄리찌바의 대중교통시스템이나 경북 상주시의 자전거 교통과 같은 편리성 추구, 독일 하노버의 자연과의 친화성 회복이라든지 숲에 의한 환경조절에 성공한 대구광역시 같은 환경성 추구, 미국 뉴욕의 경관제도를 통한 도시디자인과 경기도 양평군의 자연경관보존조례에서 볼 수 있는 심미성 추구,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문화공간 창조와 서울 인사동의 문화의 거리 등 문화성 추구 등에서 도시 어메니티를 이룬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청주의 도시 어메니티 수준은 어떠한가? 위에서 열거한 4가지 축을 놓고 생각해 보면 여러 분야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편리성 면에서 볼 때 시내버스의 노선과 환승체계 등 대중교통시스템의 문제, 대체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는 연결되지 않는 자전거 도로,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도로체계 등 교통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편리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환경성과 관련하면 최근 들어 무심천종합계획, 가로수 조례 등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띄고 있으나 명암지-산성간 도로개설사업, 3지구 택지개발사업 같은 반환경적, 반문화적 발상은 시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심미성 부문에서는 청주시가 이미 도시경관에 관한 연구용역결과(청주시경관형성기본계획)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례제정 등 정책반영에 미온적이다. 청주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경관유형과 체계를 구축하여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도시경관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되 주민참여형으로 도시경관을 형성하여야 할 것이다.

문화성 추구에 있어서도 첨단문화산업단지, 직지의 거리 조성과 직지의 세계화 전략 추구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나 도시의 정체성과 도시마케팅 전략을 전제한 도시계획과 상호 연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수립과 추진이 요구된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좆아 마구 산허리를 깎아내고 시멘트 숲으로 시야를 덮는 지난날의 과오를 더 이상 되풀이하면 우리의 도시경쟁력은 떨어지고 마침내는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제 우리는 오늘을 살기 위한 개발을 하면서도 후손들도 지속적으로 아끼고 살아 갈 수 있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에 만족하며 미래에 연계되는 지속성의 정주환경을 가꿔야 한다. 우리는 시민 누구나 지역을 아끼며 자부심을 갖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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