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미가건축공동대표)

모르는 상대를 만나 명함을 건내면 내 일에 대한 첫 반응이 ‘아! 리모델링이군요.’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청원군 일대의 기초수급권자 가옥을 고친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방송을 탄 ‘러브하우스’ 덕분인지 근사하게 집을 바꿔준다고 알아듣는 모양이다.
이럴 때 나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우물우물 거린다. 세련돤 벽지와 집안코디를 떠올리는 그들의 일반화된 상상 앞에 찬물을 껴 얹을 수도 없고 지린내가 진동하고, 쥐새끼들이 득실거리는 산골 오두막 시급한 곳의 부분적인 수리만 한다는 설명을 하기가 막막해 지는 것이다.

최근 한화부강공장에서 직원들이 모금한 돈과 본사에서 지원한 돈으로 청주·청원 일원의 장애인 가족 7가구의 집수리를 시작했다. 지은 지 13년된 산남주공아파트를 조사하러 갔을 때 현관문을 열자마자 풍기는 쾌쾌한 냄새에 코을 틀어막았다.

아주머나는 수리가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치셨지만 입주이래 한번도 바꾼 적 없는 도배·장판이 보기가 좋지 않아 바꾸자고 말씀드리고 욕실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문을 열어 본 순간 경악 그 자체였다.

변기는 바닥과 고정된 시멘트가 들떠 있었고, 수도 연결부위가 물이 새는지 볼일을 본 채 가득히 고여 있는 변으로 온 집안에 냄새가 진동을 한 것이다.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두 딸과 알콜중독으로 술병만 껴안고 세월을 보내는 아주머니 인지라 정상인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그 상태를 몇 달간 방치한 채로 지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젊은 엄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가족은 석고보드가 다 떨어진 채로 그저 버티고 있었고, 여섯명의 자녀를 둔 우암동 집은 언제 빠질지 모르는 재래식 변소에서 꼬마들이 화장실 가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하면서 화장실을 지워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가끔 방송을 타는 ‘사랑의 집짓기’를 보면서 나는 위화감을 느낀다. 근사한 주택으로 완성된 결과물 앞에 환호성을 지르는 가족들의 표정에 같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대다수 많은 저소득층들은 부러움과 질시를 한다는 것도 사람들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어느 날 한 껀 잡아 팔자를 고쳤다는 식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원으로 완성된 집이므로 재산을 공적화하여 개인의 자산이 아닌 사회적 자원으로 관리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온 나라에 유행처럼 번지는 저소득층 집수리사업이 하나의 룰로 관리되고 수선되는 체계화도 시급하며, 이러한 기능을 통합하는 저소득층 주거복지센타가 자리매김하여 데이터로 통합 관리되는 시스템이 이제는 공론화 되어야 할 것 같다. 

세련된 색깔과 동화 속 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예쁜 ‘러브하우스’나 ‘사랑의 집짓기’가 ‘꿈’이라면 미가건축이 하는 일은 ‘현실’이다. 하루 빨리 기초수급권자 가옥 고쳐주기 사업이 체계를 갖춰 수혜자들이 부러움과 질시 속에서 헤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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