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증평세림신경외과의원장)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아침에 받아본 신문에는 공교롭게도 성난 농민들이 사과를 시위장에 엎어놓고 짓밟는 사진이 나왔다. “한칠레협상을 앞두고 올해도 아스팔트농사로 한 해를 마감하는 농민들의 억하심정…”이란 기사를 보고 아스팔트농사가 무엇인지 알았다. 아스팔트농사는 최근 10년간 연례행사로 되어왔다.아스팔트농사뿐아니라 수확도 안한채로 논밭을 뒤집어 엎는 농가도 많다고한다.

10년전 UR협상을 앞두고 농업구조조정을 위해 50여조를 투자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시또 농업구조조정을 위해 110여조를 투자한다고 하니 지난 10년간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농업인들을 빚더미에 올려놓고, 농촌을 황폐화시켜놓은 것이 고작이다. 정부정책은 농민들을 도시로 내쫓고, 농가가구수를 줄인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다.

정부농정정책의 가장 큰 잘못은 농민, 농업, 농촌을 구제의 대상, 시혜의 대상으로만 본 점이다. 물론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이다. 그러나 농업을 생명산업으로, 농촌을 문화와 재창조의 공간으로, 농민을 국민의 한 축인 지방주민으로 보는 시각이 부족했다. 농업을 구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한 정부의 농정은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농업은 이제 생명산업, 신산업,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농업은 전근대적 산업이 아니라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첨단산업의 한 분야가 되어야 한다. 농업의 과학화, 첨단화를 위해 신산업과의 접목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원이나, 산하농업기술센타를 과학영농의 전진기지로 해야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과학영농을 보급하는 일이 보조금 몇 푼 더 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정부의 농정이 상명하달식의 중앙집권적 농정이 되어서는 발전이 없다. 그래서 늘 탁상행정으로 끝나는 것이다. 농정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농민과 농민단체들을 활성화시켜 농정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 농민들 스스로가 어려운 농촌현실을 극복하는 주체가 되도록 하고, 정부는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농민과 농민단체를 정부가 주도하는 농정의 둘러리로 대하는한 정부의 농정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농협도 너무 관료화 되어 있다. 농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조합원과 임직원의 이익을 더 중요시 하고있다. 농협개혁이 시작된지도 10여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신용사업, 경제사업분리도 못하고 있다. 지역단위농협이 있는데도 중앙농협의 지역지부가 있어 이중구조가 되어 있다. 농협은 농민을 위한 조직이 되어야한다.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지 말고, 지도사업, 경제사업에도 힘을 써야한다. 도농교류사업이나, 직거래장터같은 농민들을 위한유통사업에 더 치중해야한다.

자유무역협상에서 농민들의 주장같이 농업을 제외한 나머지부문만 자유무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유무역을 가장 많이 하는 미국도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하기위해 세이프가드조치를 취하고 있다. 수입관세를 높혀서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하고, 농산물수출은 수출대로하는 미국 등의 선진국의 예에서 우리도 배워야한다.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그 와중에 가장 큰 피해자는 농민들이었다. 이제 세계화의 와중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또 농민들이라면 정부는 당연히 농민들의 피해로 득을 본 수출업체들의 이익의 일부를 농민들에게로 환원해 주어야한다. 밀려오는 수입농산물의 피해를 농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수출을 신장시키기위한 정부의 정책이라면 당연히 정부와 수출업자들이 그 책임을 져야한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이 이런것이라면 한참 잘못 된 것이다. 농촌에 인구도 줄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노인들이다. 농촌의 노인들이 21세기 국가식량산업을 책임지고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원가도 안되는 농사를 짓고, 아스팔트농사로 한풀이를 하면서 또 한해를 마감하고 있다. 더 이상 농촌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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