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배 충청대겸임교수(풍경소리심리상담연구소장)

핵가족을 이룬 우리 사회의 많은 부모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많은 기대를 안고 사랑과 투자에 헌신적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현재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보내는 헌신적(?) 사랑의 이면을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헌신적 사랑은 미사여구에 불과하고 상당수 실상은 부모의 콤플렉스를 보상받기 위한 욕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는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인지적으로 뛰어난 아이가 되길 기대하며 많은 투자를 한다. 학원에서든 집에서든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이들을 조종한다. 특히 칭찬은 매우 순응적인 아이로 만드는 좋은 도구이다.

칭찬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며 특별한 우리아이에게 과장된 칭찬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넌 모든 할 수 있잖니, 넌 하나를 알려주니 열을 아는구나"라는 칭찬이 그 예이다. 문제는 그런 칭찬은 고래를 춤만 추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래는 춤추느라 정신없어 자신만의 세계에 도취되고 자기계발을 하기보다는 타인을 무시하며 자신을 띄우는데 급급하다.

필요이상의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중요성과 능력을 과장되게 지각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자신은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문제는 이러한 자신감이 환상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의 무의식은 의식적인 자기지각과는 달리, 자신의 열등감을 지각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타인과의 경쟁을 피하고, 인정받는 사람들을 비난하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은 원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 떠벌린다. 심리학에서는 자존감과 자존심을 구별한다. 자존감이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면 자존심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고 타인에게 인정만을 받으려는 열등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춤만 추는 고래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남을 무시한다. 남을 무시하는 것이 열등감을 감출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태를 심리학자들은 나르시시스틱 성격장애라 명한다. 필자가 나르시시즘을 언급하는 이유는 요즘 우리사회에서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기에 특별한 사람만을 만나려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시한다. 물론 이러한 이들의 태도에서 대인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잘난척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지만, 어린시절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칭찬 때문에 타인의 비판에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 자신을 비판하는 타인은 단지 열등감 때문에 자신을 시기한다고 투사하기 때문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펄스는 기대가 직접적인 명령보다 더 나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명령은 거부하기 쉽지만 기대는 도덕과 윤리로 포장되어 거부하기 어려워 타인의 뜻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므로 기대와 칭찬을 통한 자녀 교육은 자녀가 자신의 뜻보다는 부모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만든다. 그리고 환상적 자기를 만들어 나르시시스틱 성격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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