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스포츠센터 시공사 부도 이후 2년 넘도록 흉물도 남아
채권은행, 공매 무산 뒤 수의계약 추진 불구 사업자 오리무중

중부고속도로 오창 나들목을 나와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를 향하면, 입구 한가운데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철 구조물 덩어리를 만날 수 있다.

흉물 덩어리 왼쪽은 첨단기업들이 즐비한 공장지대고 길 건너 오른쪽은 상업지역으로 상가와 각종 판매시설, 유흥주점, 숙박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육중한 철 구조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뒤쪽은 대단위 아파트 8000여세대가 들어선 신흥 주택가다.

▲ 시공사의 부도로 2008년 3월 공사가 중단된 오창스포츠센터 현장. 육중한 철구조물이 흉물로 장기간 방치되자 주민들이 조속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첨단 IT·BT기업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한켠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상업지역이 어우러져 신도시를 연상케 하는 오창이지만 이 흉물덩어리로 인해 도시미관은 물론 이미지 마저 크게 실추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오창스포츠센터 신축공사가 2008년 3월 시공사 신성건설의 부도로 중단된 뒤 2년이 넘도록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아파트의 한 주민은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볼 때 마다 한숨이 나온다. 대규모 스포츠센터가 들어서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2년이 넘도록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철거한 뒤 공원 등으로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면적 4만7천㎡ 커다란 철구조물 덩어리

이 현장은 복합스포츠센터로 계획돼 2006년 9월 착공했다. 2만㎡ 부지에 지하2층 지상 5층 연면적 4만7000㎡로 대규모 체육시설로 조성이 추진됐던 것.
이 곳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 헬스장, 검도장, 체육도장, 수영장과 실외 골프연습장, 여기에 의류, 음식점,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까지 들어설 예정이었다.

태성월드코리아(주)가 시행하고 신성건설(주)이 시공을 맡았으며 우리투자증권이 여신기관으로 참여해 KB부동산신탁이 사업을 관리키로 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신성건설의 부도와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공사가 중단된 뒤 지금까지 한발도 나가지 못한 채 현장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 내 걸린 분양문의 안내 현수막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결해도 ‘결번’ 안내만 되풀이 된 것이 이미 오래전일 정도며 철구조물 곳곳에는 녹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때 주민편의시설로 기대를 모았던 현장이 오창산단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으며 주민들은 이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안전사고 가능성 마저 우려하고 있다.
인근 주민은 “휀스로 현장을 가려 놓긴 했지만 건축자재 등이 인근에 방치돼 있는 등 이곳을 지날때면 각별히 신경을 쓴다. 도시 미관을 해치기도 하지만 이대로 더 둘 경우 안전사고 발생 우려도 높다”고 말했다.

꼭꼭 숨어버린 새 주인

KB부동산신탁은 신성건설의 부도와 공사중단에 따라 지난해 5월 공매를 개시했다.
1차 공매 예정가격은 264억원이었지만 6차례나 유찰되면서 164억7500만원까지 떨어지자 KB측은 공매를 포기했고 채권금융기관인 우리투자증권이 수의계약으로 인수자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인수자를 찾는 작업은 공매 보다 더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스포츠센터 사업 경험이 있는 법인을 포함해 인수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전국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의향을 타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고 있다는 것 밖엔 아무것도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 현재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곳도 사실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오창스포츠센터는 공사가 중단된지 2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아무런 가닥을 잡지 못한 채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KB부동산신탁이나 우리투자증권 측 모두 채권 규모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인수금액은 대략 150억~2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만㎡의 부지와 40% 정도 진행된 공사비가 포함된 것으로 이를 인수한다 하더라도 잔여 공사비와 부대비용 등 최소 1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 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부동산 경기 등을 감안하면 당장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창을 중심으로 한 고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수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처음부터 반대 했건만…’
인근 주민들 “베란다 내다보기가 겁나”

2006년 9월 오창스포츠센터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이곳에 실외 골프연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골프연습장 망 높이가 61m 이상으로 설계돼 아파트 최고층 보다 높아 이로 인한 조망권 침해를 우려한 때문이다. 또한 야간 조명시설로 인한 안면방해와 타격소음 피해도 골프연습장 반대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주민들을 설득한 업체측은 곧바로 착공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시공사의 부도로 흉물스럽게 현장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2년이 넘도록 현장이 방치되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또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주민은 “청주에서 오다보면 오창 입구에 스포츠센터 현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지역 이미지 실추는 물론 흉물스런 공사장에 아파트 창 밖을 내다보기도 싫을 정도다. 읍사무소나 청원군에도 수차례 조속히 해결방안 마련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개인소유 재산이라는 이유로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 3월 발생한 인근 오창테크노빌골프클럽 부도와 연계해 오창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한 주민은 “대형 업체의 잇딴 부도와 공사중단으로 인해 오창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이 확산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특히 8000여세대에 달하는 아파트의 가치하락과 상업지역 활성화에 악영향이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