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4대강 사업 반대 ‘미호천 솟대 세우기’
충북도 차원 범대책기구 결성, 체계적 대응 시동

완만한 구릉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미호천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물길이 역동적이지도 않고 산간 계곡에서 볼 수 있는 기암괴석도 없다. 그렇다고 금강이나 낙동강처럼 웅장함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비교적 눈에 익은 규모가 조금 큰 시골 하천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나 미호천은 드러내는 겉모습 말고도 그 안에 예상을 초월한 많은 것을 갖고 있다.
미호천은 진천분지와 청주평야 등 충북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에 물을 대주고 있는 젖줄이다. 음성에서 발원해 진천을 지나 청주청원의 경계를 이룬다. 그렇게 흐르다 충남 연기에 들어서자 마자 금강에 합류하니 그야말로 충북의 강이다.

서서히 쉼 없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미호천의 모습이 충청도 양반을 닮았다는 말도 있다. 래프팅을 즐기는 산간 계곡이나 하천과 대비돼 평온하고 온순한 강이라는 의미다.
다른 강과 하천이 그러하듯이 미호천도 주변의 문화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농경사회의 한 축을 이루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자란 고향이며 추억인 것이다.

▲ 미호천 하류가 철새들의 보고로 부상하고 있지만 4대강사업으로 인해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단체들은 생명의 강을 파헤친 공간에 설치된 편의시설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호종개·철새들의 보고

특히 미호천이 더욱 중요한 것은 천연기념물 제454호이자 멸종위기 한국특산어류인 미호종개의 본 서식지라는 점이다.
미호종개라는 이름도 미호천을 따 지어졌으며 아직까지 미호천 외 다른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되지도 않았다.

미호종개는 맑은 물 고운 모래에만 서식하는 특성이 있다. 90년대 만 하더라도 미호천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미호천 상류 백곡천에서 1만여 개체가 발견돼 희소식을 전했다.

10여년 전부터는 미호천 하류지역에 철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청동오리나 원앙이 등 겨울철새들이 때로는 수백마리의 군무를 펼치기도 해 사진작가나 동호인들의 단골 출사코스가 됐다.

철새들이 미호천을 찾는 것은 하류 지역에 지난 10여 년 간 골재채취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자연그대로의 물줄기가 변형되지 않았고 물가에는 모래톱과 자갈밭이 남게 됐다. 모래톱과 자갈밭 사이로 갈대와 갯버들 군락도 자라나 물 가운데는 하중도라는 커다란 섬이 생겨났다. 미호천은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생태계의 보고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금강하구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장오리떼가 미호천을 찾아왔으며 수십마리의 독수리도 날아온다. 큰고니는 까치내 부근에 해마다 자리를 잡는다. 청둥오리나 힌뺨검둥오리들은 이미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녀석들이 돼 버렸다. 수달과 삵도 미호천을 터로 살아간다. 미호천은 멸종위기동식물의 소중한 서식처이며 청주 일대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가 됐다.

미호천을 파헤친다고?

그런데 지금 미호천은 4대강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파헤쳐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름하여 금강10공구 미호2지구 사업. 지난해 12월부터 2012년 1월까지 경부고속도로 미호천교~540번 지방도 공항대교에 383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이 끝나면 산책로·자전거도로·역사산책공간·운동시설·잔디광장·피크닉관·저수호안 등이 조성된다.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에서 청주시 외남동 공황대교 간 14.06㎞에 사업비 총 840억원. 저수호안설치 7.3㎞, 자전거도로15.1㎞, 산책로 18.9㎞, 작천보 개량, 수십개의 광장 및 체육시설 등이다.

이를 정부와 충북도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고 신·구와 도·농이 조화를 이루며 신문화의 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염우 충북환경련 사무처장은 “정부와 충북도의 계획대로라면 토공량이 65만㎥가량이라고 한다. 40리도 안되는 구간에 15톤 덤프트럭 2만대 분량의 흙을 파헤친다는 이야기다. 생명의 강이 파헤쳐친 공간에 설치한 그 많은 편의시설을 누가 다 이용할 것인가”라하고 비난했다.
환경단체들은 예정대로 사업이 강행될 경우 미호종개를 비롯한 희귀 동식물이 자취를 감추고 철새들의 발길도 끊길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미호천 작천보에서 미호천 지키기를 상징하는 솟대를 세우며 미호천 4대강 사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미호천에 세워진 수호신 ‘솟대’
“4대강 삽질로부터 미호천을 지켜주세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미호천이 파헤쳐질 위기에 놓이자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솟대를 세우며 미호천 수호를 다짐했다.

솟대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음력 정월 대보름에 동제(洞祭)를 올릴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위해 장대 끝에 새 모양을 깎아 달아 마을 입구에 세우던 것이다.

2010 충북유권자희망연대와 종교 사랑방, 충북도내 환경단체 등이 15일 주최한 ‘절체절명의 미호천 솟대세우기’ 행사에는 시민단체 회원과 6.2지방선거 출마자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 불교 혜철스님(옥천 대성사 주지), 혜전 스님(청원 석문사 주지)과 기독교 김태종 목사(청주 삶터교회), 천주교 이중섭 신부(성모성심성당) 등이 종교를 초월한 생명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오경석 청주환경운동연합사무국장은 “마을의 안녕과 수호를 의미하는 솟대를 세움으로서 미호천 4대강 사업 반대의 의지를 모으기 위해 행사를 계획했다. 비록 상징적인 내용이지만 이를 통해 생명의 중요성을 높이고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2010충북유권자희망연대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충북유구너자 3대 공동행동의 하나로 설정하고 지방선거 후보들과 정책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충북도 차원의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공동 범대책기구를 상설화할 계획이어서 이를 둘러싼 정부와 지역시민단체들간의 공방도 치열히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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