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하루 전 보수단체가 먼저 사용 신청서 접수”
추모위 공원 사용신청’ VS ‘추모제 방해 의도’

2009년 5월 24일 새벽 봉하마을 뒷산에 올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홀연히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자신을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스스로 떠안겠다며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자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현 정권과 검찰의 노무현 죽이기 강압수사는 온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됐고 전국은 추모의 물결로 가득 찼다.

당시 청주 상당공원에 마련된 시민합동 분향소에는 5만여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7일간 이어진 자발적인 추모행렬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이어졌으며 상당공원이 비좁아 도청 앞 네거리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또한 자발적으로 1800여만원의 성금이 걷혀 분향소 운영경비에 사용됐으며 남은 470여만원은 노 전대통령 표지석 제작에 쓰여졌다.

▲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제 행사가 청주시의 상당공원 사용 불허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한 보수단체가 안보문화행사를 열겠다며 하루 먼저 사용신청서를 제출해 허가했다고 밝혀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노 전대통령 추모제.
노무현 1주기 추모제 난항

시민단체들은 노 전대통령 기일을 맞아 ‘1주기 시민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를 결성하고 22일 저녁 시민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장소는 역시 1년전 놀랍도록 많은 시민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던 청주 상당공원.
이곳에서 그들은 노래 공연, 추모시 낭독, 살풀이춤 등 문화행사를 중심으로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대로 22일 저녁 상당공원에서 추모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당공원 관리권자인 청주시가 타단체가 먼저 공원사용신청을 했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다고 불허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추모위에 앞서 상당공원 사용을 신청 했다는 단체는 한국자유총연맹충북지부와 보훈단체 등으로 구성된 충북미래연합으로 이들은 이곳에서 22일부터 25일까지 안보문화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추모위는 청주시가 비협조를 넘어 집요하게 추모제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추모위 관계자는 “상당공원을 사용하겠다고 청주시에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지난 12일이다. 당시 담당공무원은 아무런 설명 없이 신청서를 접수해 공원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행사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청주시는 이틀 뒤 충북미래연합에 공원사용허가를 내
주었으며 4.19기념탑 공사관계로 위험하다는 황당한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공원사용허가를 내준 상태에서 단 한마디 설명도 없이 공문을 접수한 담당공무원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란 말인가. 또 자유총연맹의 행사는 4.19 기념탑 공사를 해도 안 위험하고 노전대통령 1주기 추모제는 위험하다는 이율배반적인 논리는 또 무엇이냐”고 따졌다.
여러 가지 정황상 이미 충북미래연합에 공원사용허가를 내주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쟁점1, 공원사용 허가 규정

추모위는 청주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우선 공원사용과 관련, 규정과 지침도 없이 청주시가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원사용에 대해 시에 유리한 행사는 적극 지원하고 불리한 행사는 언제든지 불허할 수 있는 이상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공원 사용 신청서를 먼저 접수한 행사에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공원은 누구든지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장소가 좁고 행사가 겹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먼저 신청한 단체에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22일 행사는 추모위가 12일에 신청한 반면 충북미래연합은 하루전인 11일에 신청했기 때문에 추모제가 곤란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미래연합은 상당공원에서 22일부터 25일까지 안보문화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미래연합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 이후 지난달 5일 백령도를 방문해 성금을 전달했고 시민들의 국가관과 안보관이 희박하다는 여론에 따라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왜 하필 노전대통령 기일에 행사를 강행하려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추모위 측은 추모제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래연합 측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은 기온이 높아 부득히 한달 앞당기게 됐다고 일축하고 있다.

쟁점2, 공원사용신청 접수대장 유무

추모위는 공원사용 신청과 관련, 청주시에 접수대장이 아예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모위 관계자는 “청주시는 접수순서대로 공원사용허가를 내주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을 수 있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어떻게 공원 사용 신청 공문 접수대장도 없이 행정을 해온 것인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공원사용신청을 누가 먼저 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담당 공무원의 양심에 맡겨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청주시의 해명은 다소 옹색하다.
신청서로 접수하면 신청접수 대장에 기록하지만 공문으로 접수할 경우 대장에 따로 기록하지 않고 컴퓨터에만 기록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추모위는 공문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신청접수 대장으로 확인이 안되는 것이다. 접수대장 조차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전산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위가 상당공원 사용신청을 늦게 하고 떼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쟁점3, 미래연합 행사 선거법 위반 여부

추모위는 22일부터 4일간 안보문화행사를 개최하는 충북미래연합이 선거운동 기간중 행사를 개최할 수 없는 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모위 관계자는 “공원사용 허가를 받은 단체는 선거법상 어떠한 회의 그 밖의 행사를 개최할 수 없는 단체임이 밝혀졌다. 그러함에도 청주시는 배짱행정을 하고 있다. 공원사용을 허가한 단체가 선거법상 행사를 개최할 수 없는 단체임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상당공원사용 승인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것은 행정 권한 남용이자 배짱행정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는 공원사용에 대해서만 검토했을 뿐 선거법 위반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자이다.
시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얘기는 17일에 들었다. 하지만 당초 공원사용 신청 순위만을 검토해 사용을 허가했으며 선거법 부분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만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확인되고 통보해 올 경우 허가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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