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마침내 11월27일 145일간의 네슬레 파업사태가 타결되었습니다. 파업사태의 해결과 더불어 네슬레스위스본사 원정투쟁단도 12월3일 귀국하였습니다. 총7명으로 구성되었던 스위스원정투쟁단이 출국한지 보름만에 파업승리의 넉넉한 웃음을 짓는 네슬레 조합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돌아왔습니다(지금은 회사측이 노사합의서를 전혀 이행하지 않아 여전히 분쟁의 소지가 남아있습니다만).

시차 8시간을 뚫고 스위스에 도착했습니다. 짙은 저녁안개 속에 웅크린 취리히나 제네바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더욱이 네슬레스위스본사가 소재하고 있는 브베이는 영화 ‘부베의 연인’ 선율처럼 로만 호수에 그림같이 걸쳐있습니다. 그 아름다움 속에 세계 제1의 다국적식품회사 네슬레 본사직원 1500여명이 보다 많은 초과이윤을 위해 자본의 아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단 한번도 전 세계 400개 공장에서 노동자들에게 패배한 적이 없다는 네슬레 자본의 신화에 과감히 도전하여 노동의 승리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과 토론했습니다. 스위스정부는 자국기업의 불법행위에 부끄러운 듯 한국에서 온 노동자의 설명과 동영상을 보며 국제규범인 OECD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해 토론했고 진지하게 이후의 문제를 논의하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나 대사관은 오히려 냉담했습니다.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조차 느끼지 못하는 내가 태어난 국가의 모습을 보면서 스위스정부나 국제노동단체에게 부끄럽다 못해 스위스 정부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새삼스레 사회과학적인 국가의 기본개념 규정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른으로 가서 한국대사와 3시간동안 담판을 가졌습니다.

바로 그날 네슬레파업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고생했을 우리 조합원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이 뜨거웠습니다. 국제노동단체가 국제언론이 더 많이 축하해주고 질문세례를 퍼부었습니다. 어떻게 그 오랫동안 파업을 하면서 조직대오가 유지되고 그렇게 믿기지 않는 합의문을 획득하였는지 그들은 언론에서 접해온 KCTU(민주노총) 노동자의 위력이 스위스 윌리암텔의 화살보다 강력하게 느끼고 감동스러워 했습니다.

그들은 그 이유에 대해 답을 요구했습니다. 답은 단순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노동권이 천부인권으로 가치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는 노사문제의 이익분쟁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노동권의 문제와 인간의 권리와 정의를 위해 투쟁했고 그것은 바둑의 흰돌과 검은돌처럼 선명히 비교되는 선과 악, 합법과 불법의 격돌이었다고, 그것은 노동의 정직함과 다국적 자본의 거짓이 대립되었던 투쟁이었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스위스원정투쟁단은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노동의 사회적 가치가 일상생활이나 정치나 사회구조에서 어떻게 반영되는가? 왜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이 분신하지 않으면 권리하나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가? 우리가 살아야할 한국 땅에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불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많은 고민을 하며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네슬레 파업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조합원들과 청주시민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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