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사회부장

도의회가 연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2004년 예산안에 대해 마지막 가위질을 하는 때다. 충북도는 물론 관련 예산이 편성된 기관 단체에서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를 둘러싼 최근 몇가지 에피소드는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일시적인 판단착오는 인지상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류를 지적하는 반론에 대해 수긍하지 않거나 묵살하는 태도는 절망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에피소드 1>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도교육위원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삭감한 언론홍보비를 다시 되살렸다. 부활된 언론홍보비 580만원은 지난 11월 도교육위 예산심의 과정에서 진옥경위원이 제의해 도교육청 본청 300만원, 충주 제천교육청 각 140만원씩 삭감키로 했던 것.

교육사회위원회 소속 A도의원은 “유독 언론홍보비만 되살리겠다면 타당한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할 말이 없게 됐다. 특정 도의원이 워낙 완강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다른 의원들이 마지못해 따라간 결과였다”고 말했다. 예산부활 다음날 일부 조간신문에 실린 기사는 자신을 ‘더욱 부끄럽게했다’고 고백했다. 기사내용은 ‘도의회 예산부활로 도교육위원회의 예산심의 문제점이 확인됐다’는 것이었다.

<에피소드 2>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도비 예산지원 기관의 ‘선물’을 받았다가 뒤늦게 되돌려주는 소동을 벌여 빈축을 샀다. 산업경제위 모의원은 예산안 계수조정 하루전인 지난 4일 증평인삼조합에 제공한 ‘인삼세트’ 선물을 동료의원들에게 1개씩 전달했다는 것. 결국 갑론을박 끝에 4일만에 선물을 모두 되돌려 주었지만 증평인삼조합의 ‘길항 미생물 공급사업’의 도비 지원금 8000만원을 전액 승인했다. 문제는 같은 명목의 도비 지원금을 작년도엔 삭감했다가 올해는 되살린 결과가 됐기 때문에 결국 ‘인삼약발론’이 제기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두가지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스스로 잘라냈거나 선심(先審)기관에서 걸러낸 예산을 되살렸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예산보다 신중한 판단과 명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예산 관련 기관에서 제공한 인삼세트를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에게 전달한 도의원이 있었다. 도교육위와 권한분쟁을 우려한 지적에 대해 묵살한 도의원도 있었다. 절망적인 것은 해당 도의원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긴 동료의원을 폭행해 자체 윤리특위에서 보직사퇴 권고를 받고도 1개월째 묵묵부답인 도의원들도 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세상은 분명 변하고 있다. 공직자의 권위를 주위에서 만들어주던 시절은 갔다. 또한 실수에 대한 사과를 권위의 약화로 받아들이는 시민들도 없다. 솔직한 자기고백이라면 인기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류를 판단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선출직 공직자들을 자리보전이 힘들게 됐다. 국회정상화에 따라 주민소환제와 소송제를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한번 선택받으면 ‘무조건 4년’을 보장받는 꽃시절이 가고 있다. 유권자로부터 ‘4년 내내’ 직접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 선출직 공직자 여러분들은 오늘부터 당장 ‘자연스럽게’ 사과하는 방법을 배워둬야만 후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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