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만료·상수도 광역화 등에 따른 대책 마련 필요
청주·청원 통합시 출범하면 자체공급비율 큰 폭 하락

청주시가 1200억원의 자체 사업비를 들여 통합정수장을 건설하는 것보다 더 급한 과제들이 있지만 이를 간과하거나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상수도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2030년 대청댐 취수시설에 대한 기득권 만료라는 장기적인 과제 외에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상수도 광역화 정책과 청주·청원 통합을 주요 과제로 꼽고 있다.

▲ 대청댐 취수시설 기득권, 상수도 광역화, 청주·청원 통합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통합정수장을 짓는 것 보다 청주시가 해결해야 할 더 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북정수장 전경.
비상 취수시 톤당 163원 계약의 의미는?

기득권 만료와 관련해 청주시는 ‘아직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때 가서 재협의도 가능하고 기득권 연장도 가능하다’는 등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주와 천안 등에는 수자원공사가 톤당 213원에 원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청주시는 자체 취수시설이 있는 만큼 기득권이 만료되더라도 47.93원에 공급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수돗물 원가 경쟁력이 큰 폭으로 약해지지 않기 때문에 1200억원을 투자해 통합정수장을 건설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청주시와 수자원공사가 체결한 잘 알려지지 않은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이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청주시와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대청호에 조류가 발생 등으로 국전취수장 가동이 불가능할 경우 댐 밖 하류지역에서 취수해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급가를 톤당 163원으로 정했다.
대청호에 식수원으로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조류가 발생하면 청주시는 163배나 비싸게 용수를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청주시 취수시설에 대한 기득권이 만료된다 하더라도 47.93원에 용수를 공급받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 A씨는 “사실 국전취수장 사용료 톤당 1.024원도 물 값이 아니라 취수시설 중 일부  포함돼 있는 수자원공사 관로 사용료로 용수는 무상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런데 조류발생으로 국전취수장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를 전제로 계약한 톤당 163원을 통해 기득권 만료에 따른 수자원공사의 입장을 미리 가늠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164개 수도사업자를 30개로 광역화

환경부는 지난해 말 ‘2010 업무보고’를 통해 지방상수도 경영 효율화와 물재이용·절약을 위해 전국 164개 수도사업자를 2020년까지 30개 이내로 광역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남·경북·강원남부권을 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전국으로 확대하고 노후수도관 개량 촉진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234억원을 국고에서 보조한다고도 발표했다.
정부의 수돗물 정책의 방향이 수자원공사 중심으로 일원화를 추진하고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정부는 청주시 통합정수장 건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는 시 관계자를 통해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2000년 청주시 통합정수장 필요성이 제기됐고 2005년 환경부의 승인을 얻었지만 당시와 상황이 변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청주 광역정수장을 비롯해 수자원공사는 상수도 광역화에 대비해 전국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만큼 통합정수장을 중복투자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통합정수장이 상수도 광역화라는 대세 속에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장 노후 수도관 개량 국고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이후 진행될 정부차원의 누수진단, 블록시스템 등 과학적 상수도관 망 정비에도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통합정수장 건설과 자체 수돗물 공급이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청주시가 1200억원 투자를 결정한 만큼 상수도 광역화에 따른 다양한 대응방안 마련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청원 통합 상수도 대책은?
자체 보급률 곤두박질 광역상수도 의존 불가피

청주·청원 통합시가 출범할 경우 자체 정수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청주시 자체 정수장과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광역정수장을 합쳐 연간 8862만7000톤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청원군은 자세 정수장 없이 광역정수장에서만 1687만1000톤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3분의 1수준인 청주시 자체 수돗물 공급률이 청원과 통합할 경우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청원 오송단지와 청주 율량2지구 등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원군 상수도 보급률이 67%인 점을 감안하면 자체 공급지역의 면적 비율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진다.

A씨는 “청주·청원 통합시가 출범하면 상수도 시설 수요는 청원군 지역이 훨씬 많게 된다. 당장 읍면에 까지 수도관을 묻어야 하고 이에 따른 예산 대책도 세워야 한다. 청주시가 통합정수장에 1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 투자를 결정하면서 통합시 출범까지 염두해 뒀는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청주와 청원이 통합할 경우 서로 다른 수도요금 체계를 통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가정용을 기준으로 톤당 평균 수도요금이 청원군은 585원으로 청주시의 410원 보다 무려 175원이나 비싸며 결국 청주시가 수도요금 통합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물론 통합시가 출범할 경우 수자원공사 등과 협의해 새로운 요금체계를 마련해야겠지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600억원이나 지방채를 발행하며 통합정수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 이상 급하고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가 통합시 대비 상수도 대책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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