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미식가들이라면 한번쯤 멧돼지 고기를 생각한다.  야생이 아닌 사육된 멧돼지라도 육질이 일반 돼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지금같은 사냥철에 사냥꾼들의 대박은 역시 멧돼지를 잡는 것이다. 시.군에선 야생멧돼지라도 잡히면 당장 지역 유지들에게 호출이 날라 온다.  단순히 귀한 '진품'을 골고루 나눠먹기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권력기관이나 유지들에 대한 로비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꽤 오래된 얘기이지만 멧돼지가 많이 서식하는 괴산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지역의 한 유지가 멧돼지를 잡아 모 기관의 간부들을 불러 대낮 회식을 가졌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날 제공된 멧돼지는 그야말로 야생으로서,  서로 의기양양하게 나눠먹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하필 그때가 불법 밀렵에 대한 집중단속 기간이었던 것이다. 문제의 멧돼지는 인근 주민에 의해 불법으로 포획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회식 참석자들은 혼비백산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모 지방언론사가 관련 정보를 입수, 취재에 나섰으나 그야말로 전방위 로비에 부딪쳐 기사로까지는 성사되지 못했다.  회식 참석자들이 공교롭게도 밀렵을 단속해야할 기관에 근무하던 간부들이었다.

 주병덕 전지사는 멧돼지를 특히 좋아 했다. 그의 재임중에 시행된 각종 명예연구소 운영엔 멧돼지도 포함됐다. 괴산군 청천면 사담에 멧돼지 연구소를 선정하고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한번은 주 전지사가 도청 출입기자들을 대동하고 이곳 멧돼지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멧돼지 사육이 희귀했기 때문에 언론으로부터도 각별한 관심을 샀다. 그날 기자들은 연구소의 배려로 멧돼지고기를 포식했고, 이 자리에서 주 전지사는 "멧돼지 사육이 미래형 농업"이라며 추켜세웠지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멧돼지는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몸이 불편했던 주 전지사와 결부돼 많은 얘깃거리를 제공했다.

 청주시 의회 의원들이 지난 6일 모의원 집에서 멧돼지 파티를 가졌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회식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날은 청주시의회가 신행정수도 특별법 통과를 위해 농성하는 기간이었고 마침 중앙공원에서 규탄대회도 열릴 때였다.  아무리 몸에 좋은 멧돼지라지만 잘못 먹으면 되레 건강을 해침은  물론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만약 그날 통멧돼지를 잡았다면 좀 남아있을텐데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용의는 없는지 묻고 싶다. 멧돼지는 역시 여러 사람이 나눠 먹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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