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공부 삼매경에 빠진 사할린 동포들

2008년 10월 강외면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휴먼시아 임대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한지 1년 반.
80명의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들은 이제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고국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도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을 이용하는 것도 불편하지 않다.

아직까지 힘든 것이 있다면 신문 읽기.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들이라 깨알 같은 글씨를 읽기 위해서는 돋보기를 써야 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글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 사할린 동포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한글교실.
50년 이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타국살이를 해 왔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지난해부터 아파트 경로당 한 켠에 공간을 마련해 문을 연 한글교실 덕에 웬만한 내용은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한글 뿐 아니라 컴퓨터와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니 이들에게는 한글교실이 일등 도우미인 셈이다.

김정웅 사할린 동포 대표는 “이제 고국에 돌아와 안정을 찾아 제대로 정착해 가고 있다. 띄엄띄엄 읽어야 했던 한글도 제법 수월해져 빽빽한 신문도 보게 됐다”고 말했다.

1962년 강제로 끌려가던 사할린 행 열차 안에서 태어났다는 일흔 나이의 한 동포는 “한글을 전혀 배우지 못하고 귀국해 1년 반 만에 쉬운 글은 읽고 쓸 수도 있게 됐다”며 “한글교실 선생님도 나이에 비해 빨리 배운다고 칭찬한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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