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뢰 혐의 조사, 李-건강악화·골프장 비리 관련설도
“선거 안하고 싶지만 도지사 후보도 없어서”새 후보 물색

이용희 의원(자유선진당)의 아성 옥천과 보은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같은 당 소속 한용택 옥천군수가 수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향래 보은군수도 불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군수는 지병인 대장암 재발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불거진 보은골프장 비리와 무관치 않다는 설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이 지역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이용희 의원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충청리뷰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까지는 멍하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말로 곤혹스런 심경을 드러냈다.

▲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한용택 옥천군수가 20일 조사를 받기 위해 충북지방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충청타임즈 제공.
한 군수 수사 연초부터 진행

충북경찰청 수사과는 20일 오전 한용택 옥천군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인사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한 군수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이미 올 초부터 시작됐다.
한 군수가 공무원들의 승진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승진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수십여개의 차명계좌를 발견, 수사가 급진전 된 것.

이 차명계좌는 한 군수의 측근으로 알려진 공무원의 명의로 개설됐고 계좌를 통해 오간 돈이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한 군수와 채권, 채무가 있어 돈 거래를 한 것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혐의사실을 부인해 왔지만 23일부터 주말동안 진행된 경찰조사에서 인사청탁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간부공무원들의 진술이 잇따라 나오면서 한 군수를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옥천군과 자유선진당 등은 한 군수가 혐의를 벗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한 군수 본인도 19일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한 군수를 소환하기 전 이미 공무원 등 관련자들의 조사를 상당부분 마쳤고 진술도 혹보한 만큼 한 군수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인 수뢰 내역과 규모, 관련자들을 확인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이향래 군수도 불출마 가능성 높아  

이향래 보은군수도 불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일 현재 이 군수는 22일까지 병가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보은군 관계자는 “(이 군수의)지병인 대장암이 재발해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다. 이 때문에 병가를 냈고 군수 불출마 여부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군수의)거취는 병가에서 돌아오는 22일이나 23일쯤 최종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군수 불출마 가능성은 ‘검찰의 보은골프장 비리 수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한 점의 의혹도 부끄러움도 없다’는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의 흐름을 타고 연관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검찰은 군유지와 사유지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보은군청 5급 공무원 A씨와 함께 골프장 건설회사 측과 짜고 실제 거래대금을 축소해 세금 수억 원을 내지 않은 B씨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차액의 사용처 등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 차액 중 일부가 보은군청 공무원들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이 군수도 연루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은골프장 비리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검찰 조사 대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 토지교환이 이뤄진 2007년 부군수 였던 김수백 한나라당 보은군수 예비후보는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토지교환서류 최종 결재권자는 군수이며 뇌물수수 등 관련 소문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게 김 예비후보의 주장이었다.

어쨌든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한용택 옥천군수에 이어 이향래 보은군수 마저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남부지역 지방선거의 역학구도는 크게 변하게 됐다. 

이용희의 계륵, 보은·옥천군수 선거
새 인물 마땅치 않고 선거 포기할 수도 없고

▲ 이용희 의원.
보은·옥천·영동 남부 3군의 정치적 맹주 이용희 의원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현 군수들이 수뢰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불출마를 고려하는 상황은 애초 경우의 수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새 인물을 찾기가 쉽지 많은 않다. 한용택 군수를 대신할 인물로 강구성 도당사무처장과 김영만 전 도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직 군수만큼 경쟁력이 있을지 검증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보은군의 경우 김수백 한나라당 예비후보도 이향래 군수에 버금가는 이력을 갖고 있어 이에 맞설 필승카드가 마땅치 않다.
남부 3군에서 이용희 라는 이름을 걸고 치르는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입게 될 정치적 타격도 부담이라면 부담일 수 있다.

광역과 기초의원 선거에 등록한 보은·옥천지역 예비후보만 18명에 달하는 만큼 선거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단체장 후보 없이 이들 만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용희 의원 자신도 충청리뷰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답답한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거를 안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도지사 후보도 없는데 군수 후보마저 없이 의회의원 후보들이 제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당사자들(한용택·이향래 군수)에게 군수 선거를 치른다면 과연 누가 후보로 적합할지 당원들과 상의해 달라고 주문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돌파구를 민주당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이용희 의원 측이 협의한 결과인지 여부를 떠나 영동군수 외에 남부3군에 등록한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가 없다. 반면 선진당은 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이지 않더라도 내용상 느슨하나마 공조체제가 만들어지는 모양새인 만큼 이를 보은·옥천군수에 까지 적용한다면 이용희 의원 진영이 위기를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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