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주성중학교 교사)

오는 19일께, 우리 지역에서도 ‘교단 안정화…대토론회’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교육부에서 비용을 대고 각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며 전교조의 참석까지 ‘긴히(?)’ 요청하고 있다고 하니, 의미 있는 대화의 장이 펼쳐질 모양이다.

자세한 계획이 알려지진 않고 있으나, 주제는 “교육발전을 위한 교단의 안정과 화합”으로 잡았다고 들린다. 교육발전, 교단 안정과 화합… 모처럼 만에 접하는 ‘포지티브’한 화제다.

좋은 취지의 대화 자리에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마는, 지난 상반기에 비슷한 토론을 제안했다가 도교육청 등으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접했던 전교조충북지부로서는, 뒤늦게 이 토론의 성사에 부쩍 몸달아 하는 도교육청의 태도에 다소 뜨악하고 생뚱맞은 느낌이 들 법도 하다.

뒤늦게나마 교육당국이 적극 나서는 토론의 초점은 ‘교단 안정과 화합’이다. 안정과 화합 -이 모토(motto)는, 당연히 ‘불안정(불안)’과 ‘갈등’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 논의에 특히 전교조가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전교조의 높아진 위상 때문일까. 아니, 꼬집어 말하자면 전교조가 바로 교단 내 갈등의 당사자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교조 있는 곳에 갈등이 있고, 전교조 없이 교단의 안정과 화합을 논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전교조=트러블 메이커”라는 등식이 공식화된다. 보수 언론과 교육당국이 일쑤 그려내는 일그러진 전교조상이 바로 예서 나온다.

과연 그럴까. 과연 전교조가 문제의 핵이고, 갈등의 진원일까. 그래서 전교조만 허물을 벗고 마음을 고쳐먹으면 교단은 평온해지고 교육은 무럭무럭 발전하게 되는 걸까? 아이들 문자로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교단 내 갈등에 전교조가 직·간접으로 관련된 경우가 많다는 말은 맞다. 교육계 내 갈등 요인에 결코 눈감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갈등요인은 무엇일까? 전교조가 ‘문제교사’들이어서일까? 아무 문제도 없는 곳에 공연히 분란을 일으키는 교사들이어서일까?

교단 내 갈등은 주로 부정과 비리, 부당 지시와 권위주의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지역의 갈등들이 대부분 이런 양상들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김영세 교육감의 독직으로 인한 퇴진운동이었다.

교육관의 차이에서 나오는 정책적 이견이나 심리적 갈등인 경우도 있다. 이는 정부나 교육당국과의 마찰로 나타나는데, 민주사회의 통과의례로 보아야 할 측면이 있다.

‘안정’은 좋은 말이다. 반대 개념인 불안정, 혼란 등이 좋을 리 없는 만큼, 반비례해서 좋은 말이다. 그러나 혼동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묘지의 정적과 무덤의 고요가 결코 안정이 아니라는 것. ‘살아있음’의 징표인 활발한 주장과 현장의 요구가 결코 혼란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교단 안정을 위한 처방을 전교조 쪽에서 찾는 것은 ‘연목구어’이다. 전교조가 자숙(?)하고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교단 안정책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전교조 없던 시절의 전횡에 향수를 느끼는 쪽의, 시대착오적 소망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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