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의 편집인

올 초 본란 칼럼(2월 8일 267호 28면)은 행정수도 유치 열병에 휩싸인 충북사회의 분위기를 지적한 적이 있다. 충북과 대전·충남간 줄다리기가 팽팽한 가운데, 충북만 해도 오송과 현도가 하마평에 오르고, 충주와 옥천 역시 행정수도를 끌어오겠다며 유치전에 뛰어드는 등 분위기가 가열되던 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칼럼은 행정수도 유치 캠페인을 전개하는 데 있어 섣부른 전망이나 기대감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하기보다는 냉철히 접근할 것을 촉구했었다. 그런데 그 글은 즉각 항의에 직면했다. “충청리뷰는 충북언론 아닌가. 무슨 수를 쓰든 행정수도를 충북에 끌어와야 할 마당에 무슨 딴소린가.”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지금. 충북은 여전히 ‘캠페인’과 구호들로 넘치는, 집단적 열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담론이 다양하지 못하고 특정분야에만 쏠리는 ‘모노그라프(monograph)’적 획일성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 사회의 단선적 열정이 얼마나 강렬한 지는 신행정수도 유치추진위와 호남고속철 오송분기역유치위 간에 주도권과 절차적 방법론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신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등의 과제는 수도권의 과다 집중 완화와 지방균형발전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충청권에서는 어떤 이의도 불허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동시에 명제의 절대성이 이 시대의 모든 열정과 관심, 에너지를 독점해도 괜찮은 것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논의구조의 편향성이 한 사회를 획일성에 빠뜨려 왔음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유치운동에만 집착하지 말고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거나 입지가 충북을 벗어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이재덕 서원대 교수의 문제제기는 지극히 타당하다. 이 교수의 지적은 점잖은 어법을 동원했지만 편집증적 사회에 대한 지성의 경고로 보여진다.

이런 가운데 청주 기업체들의 조용한, 하지만 심상찮은 잇딴 해외 탈출 움직임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나마 꿋꿋이 남아 있는 기업체들은 대전보다 2배 이상 비싼 물값을 치르는 등 푸대접을 받고 있다. 청주산단 관리공단은 내년도 물 값을 또 인상하려는 청주시에 재고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기업들이 돈 번 만큼 환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만 들어야 했다고 한다.

최근 청주시의 리더십 부재, 미래비전 결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가고 있다. 지역의 성장엔진은 식어가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의 내년도 재정마저 몸집이 작은 천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역설을 보며 아득해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내년도 청주시의 예산규모는 5000억원이 채 못되는 반면 천안시는 1조원에 육박하는 예산 편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추동할 거대한 엔진에 본격적으로 ‘기름’을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앞서 말했듯 절체절명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외재적 변수에 더 가까운, 그래서 ‘대박형’ 문제-그렇다고 행정수도의 충북 이전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에만 집착한 채 정작 우리의 미래를 자주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숱한 실질적 부문에 대한 내부 준비에는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천안의 추격이 더욱 오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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