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환자 ‘강제입원, 통신 자유 제한, 비인격 대우’ 반발
병원측 ‘치료위해 가족동의 입원, 외부차단 교육 불가피’

청주의료원 부설 청주알코올상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가 접수한 알코올 상담건수는 715건으로 전년 257건보다 2배이상 늘었다. 알코올 중독 질환자의 경우 대부분 정신병원, 요양원에 입원 시켜 짧게는 1개월에서 수년간 치료를 시키지만 그 치유율이 매우 낮아 퇴원과 입원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 국내 알코올 중독 질환자는 180만명에 달하지만 알콜전문병원, 상담센터는 태부족인 상태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강제입원에 따른 거부감과 부적응으로 치료 프로그램을 제대로 소화시키는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알코올 질환자의 경우 본인의 자의보다는 가족들에 의해 강제 입원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측도 환자관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알콜병동을 폐쇄형으로 운영할 경우 환자들의 불만이 커질수밖에 없고 개방형으로 할 경우 환자관리와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병원측의 입장이다. 이같은 논쟁을 토대로 청주지역 알코올 중독 치료병원의 운영실태에 대해 알아본다.

알콜전문병원 입원 1개월, ‘할 말 많다’
지난 2월말 청주시 외곽에 위치한 Q알콜전문병원에서 50대 중반의 박모씨가 1개월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박씨는 2월초 아내와 아들의 강권에 따라 난생 처음으로 알콜전문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식음을 전폐하고 마시는 술버릇 때문에 건강을 염려한 가족들이 격리치료라는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씨는 한달간의 입원기간 동안 자신의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됐고 퇴원후 현재까지 술을 절제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사무실을 다시 열고 재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박씨의 뇌리속에 남은 알콜전문병원의 추억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박씨는 Q병원의 폐쇄적인 운영방식과 교육 프로그램, 체육편의시설 등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3월초 <충청리뷰> 취재진을 만난 박씨는 Q병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A4용지 앞뒤면에 4장 분량으로 정리해 보여줬다. 취재진은 외부 격리시설의 특성상 입원환자 한사람의 제보내용으로 판단하기 곤란했고 박씨에게 요청해 최근 Q병원에서 퇴원한 다른 환자 3명을 함께 만나게 됐다. 그들은 한결같은 불만을 털어놓았고 어떤 이는 법적 대응까지 들먹이며 흥분했다.

이같은 불만에 대해 Q병원측은 ‘1층 병동에 함께 입원했던 환자 몇사람이 퇴원후 만나 얘기한 것 같은데, 대체로 오해에서 비롯된 내용이다. 자의로 입원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가족들과 악화된 감정을 병원측에 투사한 측면도 있다’며 일부 환자들의 주장으로 일축했다. 퇴원환자들의 주장과 병원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외부 전화, 서신에 대한 통제
취재진이 만난 퇴원환자 4명 가운데 3명은 가족들과의 단절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알코올을 접할 수 없는 격리된 생활은 인정하지만 가족들과 소통까지 막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본인의 자발적 입원이 아닌 직계가족 2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강제입원시킨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입원초기에는 환자가 감정을 추스리기 힘든 상황이다. 대부분 주취상태에서 입원하지만 술이 깨고나면 일단 벗어나기 위해 가족들을 닥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알콜전문병원에서는 입원초에는 외부 통신을 차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Q병원 퇴원환자들은 “입원한 지 1개월이 되도록 집에 전화 한번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자 요양보호사들이 전화카드를 갖고 있으면서 의사 지시를 받아 고분고분한 환자한테만 허용하는 식이다. 가족한테 보낸 편지도 병원에 대한 불만내용이 있으면 의사가 보여주면서 이런식으로 쓰면 되겠느냐고 엄포를 놓는다. 사전검열하는 것이 분명하고 외부 통신을 미끼로 환자 길들이기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병원측은 “입원환자들이 자신의 중독질환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노력을 기울이는 상태가 되면 개방적으로 외출 외박도 허용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입원초에 전화통신을 제한하는 것이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다. 서신은 가족들에게 퇴원시켜 달라고 협박하는 내용으로 쓰면 오히려 담당의사에게 가져와 상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환자에게 공개해 치료상담하는 것이지 서신을 사전검열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원환자들은 외부연락이 여의치않자 퇴원을 앞둔 환자를 통해 사신(비둘기)을 띄우거나 가족들에게 전화를 부탁하는 사례가 많다는 주장이다.

또한 구내식당내에 건의함을 설치해 놓았지만 어차피 병원측에서 개봉하는 것으로 여겨 활용하는 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건의함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격리형 병동에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것인데 운영기관을 잘모르는 환자들이 기피하고 있다는 것. 취재결과 알콜전문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대체로 입원초기가 지나면 환자가 직접 전화카드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보호자에게 장기입원 권유
퇴원환자 강모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 보름동안 Q병원에 입원했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강씨는 부인과 아들이 강제입원시켰고 퇴원해 보니 아들은 결혼했고 자신이 생업으로 키워온 한우 50마리는 모두 매각 처분된 상태였다.

강씨는 입원중에도 면회온 가족들과 갈등을 드러냈고 퇴원후에도 혼자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강씨는 난생 처음 알콜전문병원에 입원한 경우인데다 6개월 이상 통제받고 고립된 생활을 하다보니 감정이 격앙된 상태였다.

▲ 정신보건시설에서는 환자들의 안전을 이유로 건물옥상을 체육활동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개방적이고 다양한 신체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정신보건법상 입원 6개월이 지나면 관할 보건소의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 연장 신청을 내 승인을 받아야만 추가입원이 가능하다. 장기 격리입원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장씨의 경우 Q병원에서는 입원 연장을 신청하지 않고 퇴원시키려 했으나 가족들이 동의거부해 결국 법 규정을 어기고 15일간 더 입원시킨 결과가 되버렸다.

최근에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가족 동의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 연장 입원을 허용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대해 정신과 전문의 A씨는 “심판위원회에는 의료, 법률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주로 법률가들이 환자들의 병증보다도 인권적 측면에서 판단해 연장을 불허하는 경우가 있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의료인의 입장에서 보면 우려되는 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환자 처우, 인권침해 소지는 없나
지난 2월부터 45일간 입원했던 전모씨의 경우 평소 당뇨병 증세로 약을 복용해왔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자신이 먹던 약을 처방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 하지만 원하는 약이 지급되지 않자 전모씨가 거세게 항의했고 이에 요양보호사들이 자신을 강제로 독방으로 끌고가 포박한채 일명 ‘꼬끼리 주사’(안정제)를 투여했다는 것.

문제의 주사액은 최면을 유도하는 안정제로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병동에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을 경우 강박과 안정제 투여, 격리수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당시 전씨의 항의 수준이 ‘위험한’ 정도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겠지만 취재결과 전씨의 당시 진료카드에는 안정제 투여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타의 입원한 환자 가운데는 외부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불안감이 커지면서 병원탈출을 시도하거나 자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10월께 환자 김모씨등 3명이 공모해 가는 쇠톱을 구해 창살을 자르는 작업을 하다가 사전발각돼 미수에 그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모자인 김씨는 독박에서 3일을 보냈고 문제의 쇠톱은 먼저 퇴원한 환자가 사전약속에 따라 창밖으로 늘어뜨린 실끝에 매달아 주는 방법으로 구했다는 것. 올초에는 일회용 면도기 칼로 손목을 긋는 자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 자해 소동을 일으킨 환자는 왼쪽 팔다리 마비증세로 스스로 대소변을 못가릴 정도의 중증환자였다는 것. 문제는 이 환자의 목욕 등 뒷감당을 알코올 입원환자에 떠맡겼다는 주장이다.
교육프로그램 만족도, 진료비 적정한가
Q병원은 재발방지, 감정조절, 자아성장, 치유명상 프로그램 등 다양한 내용의 맞춤식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을 강사로 초빙하고 환자들간의 자유토론은 요양보호사가 진행을 맡는다.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짜여진 프로그램은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 부담으로 한달에 20만원 정도 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퇴원환자들은 맞춤식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아마 전문 의사들이 강의를 한다면 좀 더 집중을 할 것 같은데,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분들의 강의는 아무래도 관심도가 떨어졌다. 6개월씩 입원한 사람은 두번씩 듣는 셈이니, 답답하기도 하고...오히려 운동시설을 확충해서 레저시간을 더 줬으면 좋겠는데, 비좁은 옥상(18×20M)에서 햇볕이나 쬐고 들어오는 정도다. 실제로 병원 홈페이지엔 축구장도 그려놓고 병원장 인사말에도 운동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췄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이에대해 병원측은 “맞춤식 프로그램은 우리 병원이 자부심을 갖고 있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환자들에 따라서 집중과 관심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외부 운동장은 환자 관리상의 문제로 조성하지 못했다. 실내에서 노래교실 등 레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옥상 운동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보건기관, 자의 입원 보장 추세로 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을 기준으로 정신보건기관에 입원한 전체 환자 6만 8110명을 조사한 결과 자의로 입원한 환자는 13.8%에 불과했다. 나머지 86.2%는 비자의 환자거나 응급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의 환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 아래 강제입원한 경우다. 우리나라의 비자의 입원율은 2007년 90.3%에서 줄어든 것이나 OECD 국가의 3~30%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인권위는 비자의 입원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입소시설의 편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신보건법 23조에 따르면 자의 입원한 환자는 원하면 언제든 퇴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신장애인 입원 환자 1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2008년 인권위 조사 결과 입원 시 환자가 동의한 경우에도 형식상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34.7%에 달했다. 입원 기간도 지나치게 길었다. 6개월 이상 장기 입원율이 53%에 달했으며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평균 7년 이상 입소했다. 평균입원일수는 233일로 영국 52일(1999년 기준), 독일 26.9일(1997년 기준)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강제입원에 따른 인권침해 피해를 막기위해 법무부는 지난 2008년 인신보호법을 제정했다. 인신보호법은 위법한 행정처분이나 사인(私人)에 의해 부당하게 의료ㆍ복지ㆍ보호시설 등에 수용된 개인을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수용을 요구한 가족 등을 불법구금 혐의로 고발해 형사상으로 해결하거나,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 소청해 6개월마다 수감 적정성 심사를 받아야 했다.

대법원은 “전국 500개 정신보건시설에 인신보호제도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배포하고, 전국 법관들에게 인신보호제도 해설서를 배포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월 환자의 동의가 없으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정신과 진료관행에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없다. 다만 자기 의사표현이 힘든 중증환자는 제외된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해 입원할 때 환자 본인의 의사를 가장 우선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로 국회 통과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