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연초제조창 뒤 동부창고 건물 아트팩토리 제1호 될까
도심 내 위치, 비엔날레 연계성, 하이브캠프 활동 메리트

▲ 지난달 24일 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는 지역문화공간 아트팩토리 조성에 관한 흥미 있는 공청회가 열렸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마련된 것인데, 공청회의 화두는 옛 연초제조창 뒤 동부창고건물이었다. 이곳은 역사문화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도심재생까지 이끌어낼 수 있어 아트팩토리 사업의 최적지로 꼽혔다.
바야흐로 버려진 공간에 문화심기가 대세다. 이른바 ‘아트팩토리(Art Factory)’사업은 수명을 다한 폐공장이나 빈 공간에 문화를 수혈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예술가와 예술의 개입으로 죽은 공간이 새롭게 재탄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트팩토리 사업은 이미 유럽에서 진행돼 경쟁력 있는 문화공간이 됐으며 도심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경제적인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도심과 문화의 짝짓기 붐은 최근 국내에서도 많은 사례를 쏟아내고 있다. 대전시는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을 대전창작센터(2008년 9월)로 개관했고, 인천시는 근대 개항기 건물을 아트플랫폼(2009년 9월)으로 변화시켰다. 경기도는 지난해 말 경기도립전문학교 등 근대 개항기 건물을 경기창작센터로 문화공간화하고 국내최대규모의 아트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근대 개항기 건물이 타깃
아트팩토리 사업은 단순히 버려진 공간을 재활용하는데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재발견하고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공간을 재창조하는 데 의미를 둔다. 도심에 버려진 1940~50년대 건물이 대상이 되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지난달 24일 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는 지역문화공간 아트팩토리 조성에 관한 흥미 있는 공청회가 열렸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마련된 것이다. 이날 공청회는 변광섭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공예비엔날레팀장의 사회로 송시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협력부장, 김기현 청주민예총 지부장, 송가현 경기창작센터 큐레이터, 최윤정 대인시장 프로젝트 큐레이터 등의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송시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협력부장은 문화부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공간화 정책’의 흐름과 주요사업계획안을 발제했고, 송가현 경기창작센터 큐레이터는 경기창작센터의 조성 사례와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최윤정 대인예술시장 큐레이터는 대인예술시장과 광주비엔날레와의 연계성을 통해 문화공간과 지역의 문화행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공청회의 화두는 단연 ‘동부창고’였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창고건물이었던 이곳은 1971년 설립됐으며 부지 2만 9709㎡에 건물면적이 8281㎡로 비엔날레 개최지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단층 건물만 5개동. 건물의 시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특히 금강송을 활용한 천정마감이 눈길을 끈다. 아트팩토리의 경우 건물의 역사를 보여주는 시설을 재활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금강송만 보더라도 공간에 대한 역사를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공청회 참석자들은 청주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연초제조창은 ‘아트팩토리’사업의 최적지라고 입을 모았다.

비엔날레 개최해도 충분한 공간
연초제조창은 1946년 11월 경성전매국 청주연초공장이 개설됐으며 99년 6월 공장이 폐쇄됐다. 청주시가 2004년 공간을 매입했으며 2005년부터 첨단문화산업단지를 조성했지만, 동부창고 건물은 수년째 빈 공간으로 방치돼있다.

또한 첨단문화산업단지 앞 옛 연초제조창 건물은 현재 KT&G와 법정 소송중이다. 건물매입 비용을 두고 청주시와 KT&G가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KT&G가 기존 계획대로 이곳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조망권 및 문화공간 집적화의 메리트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동부창고의 문화공간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비엔날레 조직위원회와 하이브 캠프를 중심으로 한 예술가들이 몇 차례 청주시에 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청주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남상우 시장의 마인드가 문화공간을 짓더라도 공간을 부수고 다시 짓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 시장, “부수고 다시 짓자”마인드
김기현 청주민예총지부장은 “유휴 공간 활용은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도시 공동화를 방지하고 도시생활에 활력을 부여할 뿐 아니라 도시의 문화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며 “많은 지자체들이 문화의 경쟁력을 보지 못하고경제적인 성장에만 혈안이 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년 전 지역의 예술인들이 합의해 서부서 뒤 전경막사 건물을 문화공간화하는 정책을 시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공간이 폐기처분됐는데, 이는 공간에 대한 유기와도 다름없다”며 “타 지자체의 문화공간화사업을 부러워할 때가 아니다. 시의회에 이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더 나아가 차기 시장에게도 문화공약화할 수 있도록 움직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송주 하이브 캠프 운영팀장은 “지금부터라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며 “문화공간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독립된 운영체제를 확보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공간들이 새롭게 조성되는 시점에서 전문가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지금 청주의 근대문화유산건물들은 새로운 쓰임을 기다리고 있다. 청주 KBS건물, 수곡동의 법원 검찰청, 공장 내의 빈공장 등 거대한 유휴공간이 지역 문화공간의 새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옛 국정원 건물은 민자투자유치(BTL)사업으로 문화공간화작업이 예약됐고, 충북도는 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동부창고 건물은 도심 내 위치하고 있고 연초제조창이 갖는 역사문화적인 의미와 첨단문화산업단지, 청주대 예술대학 등과 인접해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예술가 단체인 하이브 캠프가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사업을 지속해왔다는 점도 메리트다.

이제 막 수면에 떠오른 동부창고 건물이 비엔날레 개최지와 비엔날레 상설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 공예클러스터 등 어떠한 문화공간으로 조성될지는 아직까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다만 공간 변화에 앞서 지역민과 예술가, 지자체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과 복합공간이 돼야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