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투자는 523억원, 운영비는 고작 3500만원
1인 교사·동절기 4개월간 휴교, 저변확대 요원해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두고 조정에 대한 인식확산과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설립한 충주조정체험학교가 설립취지를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충주시는 지난해 6월 조정체험학교에 정규체험과 특별체험, 관광체험반·지상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홍보에 나섰지만, 실상은 찾아온 체험객마저 돌려보낸 것으로 나타나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 충주시가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경기장 등 시설 확충에 수백억원을 쏟아 부을 계획을 내놓았지만 정작 이를 이용할 관광객과 시민 유치는 등한시해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조정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2008년 설립한 충주조정체험학교는 겨울철 4개월간 학교를 폐쇄하고 있다.
지난 8일 찾아간 충주조정체험학교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충주시에 문의한 결과 동절기 휴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주시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워 12월부터 3월까지 4개월간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조정체험학교 어디에도 동절기 휴교에 대한 안내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조정체험학교 공식 홈페이지에도 휴교에 대한 공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겨울철 조정체험학교는 방치되고 있었다.

조정 저변확대 겨울엔 예외?
한 레저스포츠 동호회 관계자는 “동호인들과 조정체험을 매주 하기위해 예약차 전화를 했지만 전화통화도 쉽지 않았다. 며칠을 시도해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겨울철에는 강사가 없어 체험학교를 운영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조정경기의 대중화와 수상레포츠 메카로서의 충주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면서 1년에 1/3을 쉬고 언제 알리겠냐”고 꼬집었다.

조정체험학교는 4월1일 문을 열어 11월30일까지만 운영한다. 비 운영기간에는 시설관리를 위해 교장만이 가끔 학교를 들를 뿐이다. 겨울철 체험객을 받아줄 수 없냐는 질문에 충주시 관계자는 “겨울에는 엘리트체육을 하는 선수들도 야외에서 연습을 하지 않는다. 겨울에는 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또 “운영할만큼 문의가 오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충주시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선수출신으로 체험학교가 열리는 기간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동호인 K씨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다르다. 선수들이야 야외 훈련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아 하지 않을 뿐이지, 시민들에게 조정을 알리고 체험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충주호는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다. 물만 얼지 않으면 추위에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조정이다. 또한 야외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학교라도 문을 열고 있으면 실내에서도 시민들에게 조정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동호인의 한사람으로서 충주시의 이같은 행정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조정체험학교 교장은 “최근에도 심심치 않게 문의전화가 오고 예약을 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여건이 된다면 지금도 주말에는 40~80명 정도의 체험객을 받을 수 있을만큼은 연락이 온다”며 “하지만 체험학습을 진행할 강사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강사없어 배 못 띄워정상적으로 조정체험학교가 운영되는 9개월 동안에도 운영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K씨는 “내가 알기로 지난해 3000여명이 조정체험학교를 다녀갔다. 하지만 조정체험을 신청한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많다. 강사와 체험에 쓰일 배가 없다보니 체험을 원해도 다 받질 못했다. 3000명을 소화한 것도 그나마 조정동호인들이 매일 나와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데도 충주시는 마치 시가 관리를 잘해 체험객이 크게 늘은 양 홍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상시 조정체험학교에는 교장과 강사 2명이 근무한다. 그나마 강사 2명은 주말에만 근무한다. K씨는 "2명의 강사 모두 중·고등학교에서 조정팀을 맡고 있는 코치다. 당연히 주중에는 나올 수도 없고, 하루도 쉬지 않은 상태에서 주말마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길 바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조정체험학교 교장도 “동호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사도 없는 주중에 나 혼자서 체험학교를 꾸려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정체험학교에 연간 소요예산은 3500만원이다. 교장 1명과 강사 2명, 안전요원 1명에 대한 9개월분 인건비가 예산의 전부다. 조정체험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배는 5인승 초보자용 배 2척와 1인승 1척, 2인승 2척 등 총 5척이다. 그나마 조정을 소개하기에 적절한 5인승 배에는 강사 1명이 동승해야 해, 최대 승선인원은 13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강사가 없는 평일에는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인원은 9명이 고작이다.

이 같은 실상은 지난해 6월 충주시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충주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5월 2개월동안 총 752명이 참여했지만, 이 가운데 지상체험 인원이 50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규체험 인원은 고작 30명에 불과했다. 배를 타보겠다는 기대를 갖고 온 방문객 대부분이 눈으로만 배를 구경한 셈이다.

이용객 60%가 관광객
이 같은 운영에 대해 지역의 조정관계자들은 체험학교의 활성화를 통해 저변인구를 확대하는 것이 시설투자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의 한 조정관계자는 “충주시는 국비 등의 지원을 받아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위해 523억원의 시설투자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시설투자비의 5%만 인적인프라 구축에 투자한다면 충주는 조정을 포함한 국내 수상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다. 하지만 번듯한 경기장만 지어놓고 이용할 사람이 없다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차례로 끝나는 대회에 수백억원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충주를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충주시가 말하는 1159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시설물에서 나오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충주시는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최를 위해 523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토지매입비 135억원은 시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또한 나머지 예산 388억원 가운데 30%는 국비를 확보하고 그 외에는 도비와 시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조정체험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한 3000여명의 체험단 가운데 60%가 충주를 제외한 타 지역 방문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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