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들은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혹시 “외모 지하주의”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외모에 따라 더욱 처참한 현실을 가져온다는 의미에서 필자가 문득 생각 들어 써본 용어이다. “외모 지하주의”라는 용어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문제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새로 마련해 지난 1일부터 적용 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근로 능력 판단 기준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의사의 진단서에만 의존하던 기초수급자 근로능력판정방식이 1월부터 의사의 진단서와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활동능력평가’를 병행하는 판정방식으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새로 도입된 시·군·구청 공무원의 평가 내용을 보면, 판정 기준은 모두 10개 항목이며, 각 항목마다 0~4점의 점수를 매기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 항목에 대한 평가가 제멋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로, 외모 관리 항목의 경우 ‘외모가 혐오감을 주거나, 심한 냄새가 난다’는 0점, ‘철에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옷이 늘 더럽다’는 1점,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늘 같은 옷을 입는다’는 2점 등으로 점수가 정해져 있다. 이런 평가에 따라 근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면, 일을 해야만 기초생활 급여가 지급되고, 의료급여도 2종으로 분류돼 진료비 부담이 커진다. (현실적으로 의사진단이 나오지 않지만 사실적 노동을 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개선책은 없음)

결국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일부러라도 외모와 행동을 초라하게 꾸미도록 부추기는 셈이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이런 기준이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한다. 외모와 행동에 따른 편견을 강화한다는 것이 문제이며 또 시·군·구청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의 근로 능력을 판정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들과 꾸준히 만나면서 생활 실태를 직접 챙겨도 쉽지 않은 일인데, 형식적인 평가로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현장에서 아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 시민의 입장에서 보아도 너무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은 깨끗한 옷차림을 하지 말라는 말이고 그로 인해 학령기 아동들의 상처는 생각지 못하는 것인가. 정책을 한다고 남의 일처럼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관료주의의 대표적인 몰상식적인 발상에 “외모 지하주의”의 본질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 조심스럽게 생각되어지는 필자의 사견으로는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많은 예산들이 삭감 또는 폐기되는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는 분야가 복지임을 감안할 때 세수는 없고 복지에 대한 요구는 강하기에 복지 수급자가 되기 위한 제도적 걸림돌 장치를 만들어 세출요인을 줄이려는 얄팍한 수가 아닐까라는 황당하지만 현실 가능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런 발상은 과거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어 놓고 예산이 부족하기에 자격요건을 강화는 것과도 유사한 내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혹독한 겨울 추위로 많은 서민층들이 겨울을 힘겹게 나고 있다. 하지만 MB정부의 2010 정부예산 중 복지예산을 보면 더욱 엄동설한의 한기를 듬뿍 느끼게 한다.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3억원 삭감, 긴급복지 1,000억원 삭감, 기초/차상위 의료비 지원 880억원 삭감, 결식 아동 급식 지원금 541억원 삭감, ....

외모의 판단도 서러운데 많은 부분에서 서민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는 2010년 대한민국 복지의 현주소 앞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외모에 의해 판단되어 지는 후진적 사고에 분노하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의 개선을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에는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다. 경제적 여건으로 차별받지 않는 대한민국의 2010년의 새해를 만들어 가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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