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차장

▲ 보도사진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진의 공식을 떠올리며 대자연과 대비되게 일행들의 사진을 담았다. 카메라 Canon EOS-1 D MarkⅢ, 렌즈16~35m ,셔터 1/60 조리개 2.8 감도 800
제주올레길로 시작된 걷기열풍은 산과 들, 도심과 골목을 막론하고 길만 나있으면 어디든지 길거리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무조건 정상을 밟고 내려오는 등산의 의미는 이제 생각하며 느끼며 배우며 내적치유를 갖는 트레킹문화로 전환되고 있다.

얼마 전 기자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쿠칭의 정글올레 트레킹에 다녀왔다.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그 곳은 수많은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뒤돌아보는 산행을 좋아해서일까 정글올레길이란 생소한 상품에 낯설면서도 기대감에 발걸음을 서서히 산으로 옮겼다. 고온다습한 기온에 카메라 장비를 들고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힘겨웠지만 산행 곳곳 나타나는 신비스런 자연의 존재에 감탄하면서 중간 중간 발걸음을 멈추고 속속들이 카메라에 담았다.

보도사진에는 항상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사진의 공식을 떠올리며 대자연과 대비되게 일행들의 사진을 담고 한참을 걸었는데 어느새 내 앞에 있던 일행들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먼저 간 일행은 한참 뒤에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몸에 밴 산행 습관 때문-좋은 그림(사진) 하나 만들고 또다시 빨리 전진하는 것-이 부른 결과였다. 사진을 담을 때면 멈추고 뒤돌아보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내 자신이 마치 천천히 느끼는 산행을 한 것 같은 착각에 사로 잡혀 있던 것이었다.

산행 중반부에 함께 했던 일행들과 다시 만났다. 그들 중 영국인 한명이 동반하고 있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이곳을 찾아 우리 일행들에게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의 디지털 카메라에는 값진 사진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 오니 한바탕 내린 눈 폭탄에 온통 설원이다. 이제 우리의 산야는 본격적으로 최고의설원을 찾아 떠나는 백미를 즐기는 이들로 줄지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반복적, 주입식 산행에 길들여졌던 내 자신의 그동안의 모습들을 되돌아본 정글올레 트레킹이었다.

이번 열대 산행을 통해 느낀 것은 산행을 즐기는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을 되새기며 미리 찾는 산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탐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힘들지만 더욱 머릿속에 오래 기억되는 의미있는 산행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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