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사회문화부장

‘생각대로 하면 되고∼’ 한때 콧노래로 흥얼거려지던 중독성이 강한 휴대폰 광고 카피다. 연작으로 방송됐던 이 광고의 콘셉트는 ‘부장이 싫으면 피하면 되고 견디다 보면 또 월급날 되고’ 뭐 이런 식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소시민들은 생각대로 하기도 쉽지 않지만 결국 뒷감당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학습효과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고 보니 히트를 친 광고 대부분이 이렇게 막무가내다. ‘부자되세요’를 외쳤던 신용카드 광고도 인구에 회자됐지만 카드를 긁어대는 것은 가난해지는 지름길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던 광고 역시 얼마나 허망했던가.

그런데 생각대로 하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특별 사면됐다. 2009년 8월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지 4개월만의 일이다. 특별 사면의 이유는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한 IOC 총회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내 유일의 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이 활발하게 유치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 회장은 사면 후 열흘만인 지난 9일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에 나타나 언론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평창 유치와 관련한 내용은 뒷전으로 밀렸고 그마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국민, 정부 다 힘을 합쳐서 한 쪽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한다. 솔직히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대신에 삼성은 세종시에 2조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2008년 8월15일 특별 사면으로 보복폭행사건의 굴레에서 벗어난 김승연 회장의 한화그룹도 세종시에 향후 10년간 1조327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 오랜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립을 승인받은 롯데그룹은 1000억원을 투자해 세종시에 롯데식품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고 보면 굴지의 대기업도 그렇지만 정말 생각대로 되는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후보시절은 물론이고 취임 이후에도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한다더니 생각을 바꿔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정체가 불분명한 기업중심의 도시를 만든다니 말이다. 이미 5조 5755억원이 집행된 세종시를 이렇게 대기업 중심의 도시로 만들어 헐값에 나눠 갖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재벌에게 상납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생각대로 하는 정권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권력과 자본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지만 도를 넘어섰을 때 그만큼 반발력도 거세지기 마련이다. 잔뜩 짓눌린 용수철이 더 세게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은 논리다. 불행한 것은 이렇게 될 경우 누가 이기든 간에 갈수록 지역, 계층 등 사회적 반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곱씹어보면 이 역시 답답한 얘기지만 웃고 넘어갈 얘기로 매듭을 짓고자 한다. 서울지역에 폭설이 내린 지난 4일 장관 5명이 국무회의 시간에 지각을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기 위해 “눈 때문에 차가 오르막을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답은 “눈 오면 지하철 타면 되고…”였다고 한다.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이날 서울지하철로 몰린 승객과 1·2호선 구간사고로 대혼란을 겪었다. 정말 ‘생각대로 하면 되고’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