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원 HCN충북방송 보도제작본부장

관세청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호 전 기자는 충북지역 일간지의 경찰서 출입기자 출신입니다. 청주지역 경찰서 출입기자로 잔뼈가 굵은 이호 전 기자는 외모부터 강력계 형사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양복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는 이호 전 기자와 스스럼없는 친구 관계이기 때문에 허름한 점퍼를 입고 술자리에서 만나면 ‘짜부(경찰을 비하하는 호칭)’라며 놀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관세청 공무원으로 변신한지 오랜 기간이 지났는데도 예전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호 전 기자는 자신이 경찰서 출입기자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주로 행정기관과 정치를 담당했던 저를 은근히 무시할 정도로 사건기자가 ‘진짜 기자’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최근 서울지역에서 경찰서 출입 기자들을 지휘했던 ‘시경 캡’들의 모임이 결성됐다고 합니다. ‘시경 캡’은 사건과 사고 기사를 총괄하는 야전사령관으로 그의 능력이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시경 캡을 검색하면 경찰 출입기자들이 시경 캡의 연락을 즉시 받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거나 호되게 질책하는 내용의 유머가 많습니다.

도내 언론사들도 신입 기자가 들어오면 일단 경찰서 출입기자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입 기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선배 기자들에게 혼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호 전 기자는 경찰을 담당하는 다른 언론사 선배 기자들에게도 맞아봤다며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맞은 것이 왜 자랑스러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같은 혹독한 과정을 거쳐 대형 사건이 터져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견 기자로 성장했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저는 유감스럽게도 수습기자 시절을 제외하면 경찰을 담당한 적이 없어 1990년대 중반의 그 치열했던 사건팀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만약 다시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호 전 기자와 마찬가지로 경찰 담당기자로 잔뼈가 굵은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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