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정치경제부 기자

TV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세태풍자 코미디가 최근 화제다. 코미디 속 한 개그맨이 외치는 말은 유행어가 됐다. 술에 취한 연기를 하는 개그맨은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리며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나라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라고 외친다.

요즘 소상인들 심정이 딱 이렇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1년 가까이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외쳤지만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소상인의 심정을 이해하는 듯 처음에는 들어주는가싶더니 약속날짜가 가까워오자 핑계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대형유통사들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신념에 가득 차 한 발짝도 양보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청주지역에 입점한 CS유통의 기업형 슈퍼마켓 3곳은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일시정지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운영을 계속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의 예상과 달리 정부는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연말 상생법 개정안이 주요 골자를 삭제한 채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위에서 정부와 여야가 합의됐던 사항이 뒤집힌 것이다. 개정안이 WTO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개정안이 통과했다면 전국의 수많은 소상인들이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법사위에서 제동을 건 것이라지만 노영민 의원이 개정안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쳤지만 결과는 같았다. 개정안 원안을 통과되길 바라는 국회의원은 30%에 불과했다.

최근 SSM과 관련한 정부나 정치권의 움직임은 소상인들과 시민단체, 시민들이 반발하기 이전으로 회귀한 듯하다. 동네슈퍼 상인들과 재래시장 상인들이 벼랑끝 사투를 벌이며 유통법 개정을 요구하던 지난해 가을 정부가 난색을 표명했던 그 WTO가 다시 상생법 개정안부터 발목을 잡았다.

이대로라면 2월 임시국회에 유통법개정안이 상정된다고 해도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과 정부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인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겉으로는 상생을 외쳤지만 결국은 1등 손을 들어줬다. 말 그대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경제5단체가 정부에 요청한 기업인 78명에 대한 사면 명단에 충북출신 기업인 3명이 포함됐다. 이들 가운데는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형을 선고받았거나, 사전선거운동으로 형을 선고 받았다. 이밖에도 우리 지역 출신 이야기는 아니지만 취재결과 사면 요청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한마디로 별 것도 아닌 일을 대통령에게 사면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쉽게 사면을 요청했고, 대한민국 1등 부자는 그 말도 안 되는 사면을 받았다. 거기에는 법도 없고 원칙도 없었다. 사면을 받지는 못했지만 용기(?)있는 78명의 기업인들의 행동도 서민들이 보기에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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