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국장

공무원들은 승진에 울고 승진에 웃는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공무원들의 승진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다.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인사가 단행되기 때문에 12월인 요즘은 공무원들에게 가장 초조한 달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세종시 문제 때문에 설왕설래 말들이 많지만,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 누가 어디로 자리를 옮길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려 있다. 2010년을 설계해야 하는 요즘, 충북도가 승진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그런데 그 가운데 언론이 있다.

충북도는 2급인 이사관 승진이 요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연영석 전 정책관리실장이 충북도립대 총장으로 가면서 비어있는 자리다. 송영화 건설방재국장(57) 신동인 행정국장(54) 김경용 국방대 안보과정 교육파견(53) 정정순 경제통상국장(51) 등이 3급 경력 3년 이상 경과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 중 신동인 국장과 정정순 국장의 경쟁아닌 경쟁이 도청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며칠 전 모 지방신문 기사는 두 사람을 격돌시켰다. 내놓고 어느 한 쪽 편을 들어 인구에 회자된 것이다. ‘연말예정 충북도 이사관 승진인사, 정정순 경제통상국장 우세 분위기’라는 제목하에 정 국장의 업무능력이 뛰어난 반면 신 국장은 행정국장을 맡은 뒤 인사 파열음으로 내부역량 결집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행정부지사실에서 국장회의가 있던 지난 4일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말다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실명까지 거론한데다 근거도 없는 얘기를 기사화해서 상당히 불쾌하다. 2007년에는 김양희 복지여성국장, 2008년에는 청주 부시장 인사 등 대형사고가 터져 시끄러웠으나 올해는 인사 잡음이 없었다. 인사 파열음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한 때 언론사에 법적 대응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정 국장은 “나는 이 신문과 인터뷰 한 적이 없다. 기자가 알아서 쓴 것”이라며 “나도 무척 불편하다”고 말했다.

국가직 7급 공채 출신인 신 국장은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행자부 정부혁신본부 인력운영과장·진단평가팀장·조직관리팀장 등을 거쳐 충북도 문화관광환경국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방직 7급 공채 출신인 정 국장은 행자부 제2건국운동지원단, 2002년 월드컵·아시안게임 지원단, 민방위운영과장을 거쳐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도청내에서 두 사람은 젊은데다 능력이 있어 정우택 지사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 ‘좌 청룡 우 백호’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누가 먼저 이사관으로 승진할 것인지 여전히 관심거리지만 아는 사람은 딱 한 명, 정 지사밖에 없다.

인사를 앞두고 언론사들의 속보경쟁 내지 ‘음모성’ 기사는 사실 도를 넘어섰다. 최근 충북도 고위직 인사가 예상외로 꼬이자 추측성 기사가 너무 난무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말이다. 모 씨를 산하기관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는가 하면, 모 산하기관장이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 때문에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은 언론보도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리 남보다 빨리 쓰는 것도 좋지만 사실이 아닌 것을 보도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민들에게도 당사자들에게도. 음모성 기사라면 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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