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돌며 타교 비방 내용 담긴 문건 배포
해당 고교 “부당한 망발 … 명예훼손” 발끈

▲ 제천의 한 전문계 고등학교가 경쟁 학교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지역의 중학교에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D고등학교가 지역의 중학교에 배포한 문제의 문건 사본.
제천 D고등학교 얌체홍보 ‘물의’

제천의 한 전문계(구 실업계) 고등학교가 지역의 중학교를 일일이 방문해 입시 관계자들에게 학교 소개 문건을 배포한 것을 두고 전문계 고등학교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일고 있다.

제천 D고등학교는 지난 11월 고등학교 입시철을 맞아 제천과 단양의 중학교 교장단과 입시 담당 교사들에게 A4용지 1장 분량의 홍보 문건을 배포하면서 전문계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D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힘써줄 것을 부탁했다.

‘우리 학교 자신 있게 소개해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 따르면 D고에는“(지역의 다른 전문계 고등학교들과 달리) 디지털화하는 미래 지향의 첨단 과인 디지털미디어과(2개 반)와 디지털정보통신과(3개 반)가 있다”며 “더 깨끗하고 덜 힘들고 더 안전하고 급여가 많은 회사에 취업하기에 가장 적합한 학교는 미디어, 전자, 통신 분야를 전공으로 배우는 우리 학교(D고)”라고 주장했다.

또 “(상업 계열의 S고등학교는) 요즘 은행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상업 계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컴퓨터 겉핥기이고 우리 학교에서는 컴퓨터를 기초부터 튼튼히 배우기 때문에 취업해서 일할 때 큰 힘을 가지게 된다”는 자극적인 내용까지 여과 없이 수록했다.

산업 계열의 또다른 S고등학교에 대해서도 “S고에서 배우는 건설 중기(산업자동화과), 전기(전기과)는 이미 한물간 직종이다. 위험하고 힘든 곳에서 일하고 그 자리마저도 다 차 있어서 들어가기도 힘들다”고 전제하면서 “반면에 우리 학교에서 배우는 미디어, 정보통신 분야는 점점 더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의 꽃으로 안전하고 깨끗하고 덜 힘들고 일자리가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분야”라며 학생들이 D고등학교에 지원해야만 취업 등에서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보기에 따라서는 명예 훼손의 소지가 있는 학교 폭력 부분까지 언급하며 경쟁 고등학교를 자극해 분란을 자초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산업 계열 S고등학교는) 2007학년도 5건, 2008학년도 6건, 2009학년도 7건, (상업 계열 S고등학교는) 2007학년도 7건, 2008학년도 8건, 2009학년도 2건의 학교 폭력이 있었지만 우리학교는 단 한 건의 학교 폭력 사건도 없었다”며 D고는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 D고는 자고의 경우 최소 경력이 8년여에 이를 만큼 대부분 경험이 풍부하고 열정이 넘치며 책임감이 강한 교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고는 ▲모든 체험 학습과 취미 활동 비용이 무료이고 ▲내신에 유리하며 ▲농어촌특별전형 대상 학교여서 대학 진학 시 혜택이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이처럼 D고가 지역의 중학교를 순회하며 이 같은 문건을 배포한 것이 알려지자 문건에서 D고의 비교 대상으로 거론했던 상업계와 산업계 S고들은 “D고의 교장을 비롯해 이 문건을 기획한 교사들이 과연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합당한 수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발끈했다.

해당 학교 간부 교사인 A씨는 “도대체 D고등학교가 우리학교의 교육 과정을 얼마만큼 알고 있기에 이런 망발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확한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비방을 했다면 이는 허위 사실 유포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학교장과 교감의 직접 사과와 문건 회수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 교사는 또 “상업, 산업 계열 고등학교가 D고보다 덜 깨끗하고, 더 힘들고, 덜 안전하고, 급여도 적게 주는 회사를 다닌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는 수준 낮은 문건을 학교장과 교감이 들고 다니며 지역 중학교를 상대로 학생 모집 활동에 나섰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특히 마치 두 S고등학교가 폭력 학교인 것처럼 왜곡했지만, D고가 언급한 폭력 사건 중 상당수는 D고 학생들과 연루된 사안임에도 D고만 학교 폭력이 전혀 없는 학교인 양 자랑을 늘어놓음으로써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우를 범했다”고 분개했다.

이처럼 문건 배포에 대해 경쟁 전문계 고등학교들이 반발하자 D고는 최근 부랴부랴 해당 고등학교들을 방문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하고 각 중학교에 배포했던 문건을 회수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D고 교감은 “이번 문건 작성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하겠다는 순수한 뜻에서 출발했지만 의욕이 지나쳐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 졸업생들에게 상처를 안기게 된 점 깊이 뉘우치며, 이미 해당 학교 교장 선생님께 사과도 드렸다”고 해명한 뒤 “이번 문건이 다른 전문계 고등학교와 불필요한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 점 거듭 사과드린다”며 갈등 차단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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